명절 증후군

by재인

명절은 변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 모든 가정의 거울일지도 모른다.


예전의 명절 풍경을 더듬어보면 그야말로 북적임의 연속이었다.

큰집으로 향하던 차 키를 챙기고,

외할머니 댁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큰집에는 새로운 며느리가 들어오면서 불편한 장소가 되고,

외할머니가 영면에 드시면서 갈 수 있는 외가댁도 차츰 사라졌다.

여기에 훌쩍 외국으로 떠난 오빠의 빈자리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집의 명절은 참으로 애매해졌다.

엄마 아빠에게 여전히 '명절'이라는 거대한 일정은 남아 있지만,

북적이던 온기는 옅어지고

그저 의무와 관성이 남은 풍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1. 멈출 수 없는 손끝, 멈추지 않는 사랑

엄마에게 명절은 곧 '노동'이자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짧은 연휴가 무색하게 아침부터 엄마의 손길은 부산하다.

며칠 전 들어온 귀한 갈비 선물은 오래간만에 집에 오는 손주들 먹이겠다고 아껴 둔 보물이다. 엄마의 머릿속엔 3일 치 삼시 세끼 식단이 머릿속에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다.

엄마가 묵묵히 나물을 다듬는 동안,

나는 연휴를 틈타 서울로 향할 채비를 한다.

홍대에 가서 구경도 하고,

아이를 만나 함께 내려오려는 작은 일탈의 계획을 품고서.


"너는 명절 아침부터 어디 가니?"

"홍대?"

"홍대는 왜."

"차 마시러."

"아니 명절에 차를 마시러 서울까지 가? 빨리 와서 같이 음식 해."


등 뒤가 뜨거워지는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연남동 골목을 걷고,

낯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린 뒤

아이를 태워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집 앞에 와서 아이와 산바카라을 하면서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에게 명절은

그냥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는 휴일이다.


큰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엄마 아빠의 얼굴에 환한 불이 켜진다.

특히 엄마는 최근 본 중 가장 높은 하이텐션으로 집안을 채운다.

저녁 메뉴는 장어.

굽는 사람은 오직 아빠 한 사람이요,

입은 엄마와 나, 그리고 두 딸들이다.

아빠의 손길이 바빠지고,

장어 한 점이 집어지려던 찰나 아빠의 한마디가 날아든다.


"애들 먹게 조금씩 먹어라."


살림이 모자란 것도 아닌데, 그 무심한 잔소리에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섭섭해진다.

젓가락을 툭 내려놓자,


"재인이 입에 쌈 하나 넣어줘요. 삐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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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명랑하게, 마음은 언제나 진심으로. 완벽하지 않은 삶을 긍정하며, 제가 겪는 성장과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글로 옮깁니다. 다정한 문장을 채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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