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친한 언니와 통화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툭 뱉어낸 말들 때문에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동안 마음이 복잡했다.
며칠 전
고민거리가 있다고 전화 한 다른 언니의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험담까지. (다행히 두 사람 사이에 접점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일이 나의 이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반성을 시작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고결한 반성이라기보다는 집요한 '복기'에 가깝다.
그 판을 왜 벌였을까,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얹었을까.
하지만 그 복기의 끝에서 우리는 언제나 똑같은 결론, 혹은 가장 아픈 구석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어쩔 수 없는
'타고난 내 성향'
정이 많은 걸까,
아니면 어딘가 정에 굶주린 걸까.
누군가와 마음을 트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브레이크가 걸려야 할 지점을 지나쳐 과하게 속도를 낼 때가 있다.
아까 통화하면서 굳이 안 해도 될 뒷말을 얹은 나 자신을 탓하게 되고,
결국엔 되지도 않는 감정의 찌꺼기를 안고
소모적인 싸움을 하고 있는 나를 질바카라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우리가 삶을 온전히 즐기고 있을 때는,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맞아떨어질 때는,
그 어느 누구도 스스로를 반성대의 위에 올리지 않는다.
"내가 참 잘하고 있어"라며 흐뭇해할지언정,
"왜 이렇게 기쁘지?" 하고 자바카라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반성이란,
내 마음에 생채기가 나고 상황이 꼬였을 때 만만한 나를 제물 삼아 벌이는 자해에 가까운 게 아닐까.
반성하지 말자.
지나간 말과 엉클어진 마음을 두고두고 곱씹으며 나를 코너로 몰아넣는 일,
이제 그만두고 싶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헐거우면 헐거운 대로,
때로는 옹졸하게 남의 이야기나 늘어놓는 속물적인 면모까지도.
그게 나인데, 어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