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가 스며들 때가 있다.
낯선 환경이 펼쳐지거나,
뜻밖의 사건이 터지거나,
새로운 사람이 생기거나,
혹은 전혀 다른 결의 삶 속으로 밀려 들어갈 때.
그럴 때 우리는 바깥에서 불어닥친 거센 바람 앞에 서서 어떻게든 계산기를 두드리곤 한다.
이 낯선 변화로부터 내가 어찌해야 하는지,
실용적인 교훈이나 결과물 한두 가지를 쥐어짜듯 이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무언가를 확실하게 손에 쥐어야만 이 소란스러운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만 같아서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흘러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삶의 지형을 바꾸는 것은
그 대상이 바깥에서 가져다준 대단한 무엇이 아니었다.
우리는 흔히 어떤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대상에게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 낯선 대상,
혹은 예기치 못한 변화라는 거울은 그저 방아쇠일 뿐이다.
그것이 내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갈 때,
비로소 내 안의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전혀 다른 결들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외로움이 옅어지기도 하고,
뜻밖의 동기가 심장 뛰게 만들기도 하며,
내가 몰랐거나 잊고 있었던
‘내가 아끼는 나의 모습’이 환하게 수면 위로 드러난다.
그 사건을 통해, 그 대상을 통해.
내가 이토록 깊은 불안을 품고 있었는지,
혹은 이 지독하고도 악착같은 단단함을 숨기고 있었는지.
그 대상이 내민 작은 불씨 덕분에 비로소 내 안의 미지의 방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세상이 내게 건네는 모든 변화와 사건은,
나에게 무엇인가를 주입하는 마법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낯선 나를 스스로 촉발하고,
기꺼이 바깥으로 끌어내어 마주하게 만드는 시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