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려야 할 것

by재인

1. 미래에 대한 걱정


엊그제 아침, 아빠가 불쑥 꺼내신 한마디.


"재인아, 이제 아빠도 힘이 빠지고, 일도 줄고, 네가 엄마와 나를 봉양해야 할 수도 있다."


일흔다섯 살,

아직 슬롯생활을 하시는 아빠 역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신 말씀일 테다.

사실 두 분의 자산은 내 것보다 훨씬 많으신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콱 막혀왔다.


혼자 아이들을 키워내며(이제는 양육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조금은 달라졌지만),

오직 나 하나만 믿고 버텨온 내게

'봉양'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버거운 짐처럼 다각도로 조여왔다.


물론 생각한다.

엄마 아빠가 정말 힘에 부치시고 나의 손길이 필요해지신다면

어떻게든 해내겠지,

해내고 말겠지.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 주시고,

힘든 일들을 통해 나를 성장하게 해 주셨으며,

즐거운 일을 통해 삶의 원동력을 주신 분들인데.

당연히 해야지.

암

당연히 해야지.


하지만 그 아침,

그 말을 들은 나는 문득 거대한 걱정에 휩싸였다.


'내가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나의 미래는 어쩌지?'

'솔직히 나는 이제야 연애도 좀 하고 싶고,

온전히 독립해서 혼자만의 삶도 즐겨보고 싶은데….'


왜 그런 걱정부터 앞섰을까.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미리 걱정할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토록 불안해하고 우울했던 순간들은 정작 어떤 일이 닥쳤을 때가 아니었다.

그때는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 불안해할 새조차 없었으니까.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찾아온 어느 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가불해 걱정하며

나 자신을 깎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 본다.


부모님이 더 나이가 드셔서 정말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때 도와드리면 그만이고,

그렇지 않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다.


지금 일어난 일은 단 하나도 없다.

설령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그땐 그 시절의 내가 또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다.


나는

나는

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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