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가끔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바람에 흩어지는 말과 달리,
일단 문장이 되어 종이 위에 올라가면 영원히 박제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 박제는 두 가지 이유로 늘 조심스러운 무게를 가진다.
첫째, 박제된 나는 도망칠 곳이 없다.
철없던 시절의 서툰 감정이나
뭉툭한 치부들
그날의 그 기분
그날의 그 상태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튀어나온 말들.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희미해지지 않고, 활자로 굳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나를 서늘하게 한다.
지나간 계절처럼 흘려보내야 할 마음들이 박제되어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기분,
그 정직함이 주는 당혹감란..
둘째, 타인의 되새김질이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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