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던 사이였다

by남궁인숙

바카라 한 권과 손으로 쓴 메모지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분홍빛 물감이 번진 표지에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직접 제작한 동화바카라이었다.

제목은 《물들이다》.

바카라 위에는 작은 그림이 담긴 배지가 놓여

있었고, 그 곁에는 손으로 꾹꾹 눌러쓴

메모였다.

나는 바카라 보다 메모를 먼저 펼쳤다.


보내온 사람은 어린이집 학부모였다.

그런데 학부모이기 전에 온라인카지노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내 글을 읽어 준

독자이기도 했다.

그분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학하기

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우리는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난 줄

알았는데, 그보다 훨씬 전에 글을 통해

인연을 맺고 있었던 것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분의 온라인카지노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이다.

"제가 작가님 글에 "좋아요"도

눌렀다고요?"


생각지도 못했던 연결고리였다.

나는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면서 다른 작가들의

글도 많이 읽는다.

마음에 드는 글을 만나면 '좋아요'를

누르고, 때로는 '댓글'을 남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글로 만났던 사람이

어느 날 어린이집 학부모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의 만남이

새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모르던 시절,

이미 글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시간이 흘러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에서

다시 만났다.

참 묘한 인연이다.


나는 그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학부모를 만났다.

또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면서 얼굴도 모르는

독자들과 교류해 왔다.

그 두 세계가 이렇게 연결될 줄은 몰랐다.


그분이 보내온 바카라의 제목은 《물들이다》

였다.

바카라을 바라보며, 어쩌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물들고, 또

누군가를 물들이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심코 눌렀던 '좋아요' 하나가

작은 흔적으로 남았고, 그분이 읽었던

내 글은 나를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서로의 일상에 잠시 머물렀던

두 사람이 현실에서 다시 만났다.


바카라과 메모를 받으며 새삼 글을 쓴다는

일의 의미를 생각했다.

내가 쓴 글이 어디까지 가닿는지,

누가 읽고 어떤 마음으로 바카라장을 덮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때로는 이렇게 뜻밖의 방식으로

답장이 도착한다.

한 권의 바카라과 손으로 쓴 메모로 오늘

나는 특별한 독자에게 선물을 받으며

알게 되었다.


우리는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 이미 서로의 글 속에서 한 번쯤

만났던 사이.

그 인연이 참 반갑고 고마웠다.



어린이집에는 아이들이 오고, 부모가 오고, 교사들이 온다.

누군가는 오랫동안 머물고 누군가는

짧은 인연을 남기고 떠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한 사람과

나눈 대화가 어떤 의미로 남을지 미처

생각하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런데 오늘 받은 메모 한 장이 그 시간을

다시 불러냈다.


바카라의 제목을 한참 바라보았다.


'물들이다.'


사람도 서로에게 물드는 것일까.




https://suno.com/s/RZykh1EOvQdMTkYr




마음에 물들다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바카라 한 권에 담긴 너의 마음

손 글씨에 머문 지난 시간

스쳐 간 인연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내 곁에 남아 있구나


랄랄랄랄 랄랄랄랄

사람은 떠나도 마음은 남아

서로의 기억에 물들어 가네

네가 건네준 따뜻한 오늘

오래도록 간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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