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몽 할머니가 다시 찾아왔다

by남궁인숙

얼마 전 영국으로 돌아간 삼둥이의

할머니가 어린이집을 찾아오셨다.

‘코코몽 할머니’가 그녀의 닉네임이라고

한다.

삼둥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정겨운 별명이다.


삼둥이가 영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할머니와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은 떠났지만 그 아이들을 통해

만난 사람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셈이다.


오늘 아침, 할머니는 양손에 선물을

들고 오셨다.

뚜껑이 있는 귀여운 머그컵과 쌀과자

한 봉지, 그리고 커피였다.


“그사이에 베트남에 다녀왔어요.”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면서 맛있는

커피를 가져오셨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삼둥이를 돌보느라

분주하셨을 텐데, 그사이에 친구들과

여행까지 다녀오셨다니 반가웠다.

우리는 마주 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삼둥이가 떠난 뒤의 일상도 궁금했고,

영국으로 돌아간 아이들의 이야기도

반가웠다.

그동안 삼둥이가 다니던 영국 유치원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이에도 아이들은 훌쩍 성장해

있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녔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함께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봉투 하나를 내미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져올 게 없어서요.

원장님께서 이 카드로 선생님들 맛있는

것 좀 시켜 주세요.”


봉투 안에는 신용카드가 들어 있었다.

순간 당황했다.

선생님들이 삼둥이를 잘 돌봐 준 것이

고맙고, 그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이미 여러 차례 감사의 마음을 전해

주셨는데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 이렇게 하시면 우리 자주

못 만나요.”


할머니는 괜찮다며 한사코 카드를

받으라고 하셨다.

선생님들에게 맛있는 것이라도 사 주고

싶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쌀과자 가져오셨잖아요. 선생님들이랑

나눠 먹으면 돼요. 지금까지 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앞으로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마시고

그냥 놀러 오세요.”


할머니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마음을 알기에 받을 수 없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어린이집이 해야 할

일이고, 선생님들의 정성은 선물이나

금전으로 보상받아야 할 호의가 아니다.

감사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으며,

더 이상 무언가를 주고받지 않아도

우리는 반갑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나는 할머니가 어린이집에

오실 때마다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으셨으면 했다.


빈손으로 찾아와 차 한 잔 마시고,

삼둥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편안하게

돌아가시면 좋겠다고 나의 생각을 전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카드는 다시

할머니의 지갑 안으로 돌아갔다.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시면서 추석을

잘 보내시라는 인사를 건네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또 놀러 오고 싶어요.

원장님과 계속 인연을 맺고 싶답니다”


그 말이 가장 반가웠다.


삼둥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간은

이미 끝났다.

아이들은 영국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새로운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아이가 퇴소했다고 해서 그동안

쌓인 정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아이와 부모, 조부모를 만났다.

어떤 인연은 졸업과 함께 멀어지지만,

어떤 인연은 아이들이 떠난 뒤에도

이어진다.

그 인연을 오래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주고받는 선물은 아닐 것이다.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아도 서로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관계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할머니가 가져오신 쌀과자는 선생님들과

나누어 먹으면 된다.

커피는 함께 마시면 되고,

귀여운 머그컵은 사용할 때마다

할머니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오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따로

있었다.


“또 놀러 오고 싶어요.”


그 한마디였다.


코코몽 할머니!

다음에는 정말 빈손으로 오세요.

삼둥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갑습니다.




https://suno.com/s/NPOm2xoTKr1Ub1Yq



빈손으로 오세요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삼둥이 떠난 그 자리에

할머니 웃음이 찾아왔네요

작은 과자와 따뜻한 커피

그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라라라라

빈손으로 오세요, 언제든 오세요

우리 함께 웃던 날 기억하며

선물보다 소중한 당신의 발걸음으로

또 놀러 오세요, 기다릴게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