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 제9조
띠링. 이번 달 부과 내역.
재채기 14회 2800원
재채기 1번에 200원.
농담 아니다.
국세청이 정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목에 동전만 한 계측기를 붙이고 산다.
내 몸이 내는 소리는 전부 이게 잰다.
크게 내면 많이 떼고 오래 내면 오래 뗀다.
그리고 월말이 되면 전기요금 고지서랑 같은 봉투에 담겨서 날아온다.
봉투가 두꺼우면?
그달은 말을 많이 한 달이다.
내 봉투는.
늘 두껍다.
전화번호부만 하다.
요즘 애들은 전화번호부를 모른다고? 그럼 그냥 두껍다.
봉투 두께만 재도 내가 한 달 동안 몇 시간 떠들었는지 나온다.
영감은 그 봉투를 내 성적표라고 부른다.
물론 속으로만 부른다. 소리 내면 돈 드니까.
녹음기 틀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다들 한 번씩 그 생각 한다.
스피커 소리는 전기요금에 붙는다.
소리값에 전기값까지 얹혀서 더 비싸다.
국세청은 이런 데만 머리가 억수로 좋다.
내 소개를 하자면.
나이 58살.
칠성시장 반찬가게 경력 25년.
반찬가게는 입으로 파는 장사다.
"이것 좀 드셔보이소! 오늘 깻잎이 억수로 좋심더! 이 멸치는 통영 거라예!"
소리세 생기고 첫 달.
나는 가게 월세보다 세금을 더 냈다.
그달로 가게 접었다.
그리고 지금은?
절세 컨설턴트다.
말 많은 아지매가 조용히 사는 법을 가르친다니까 동네 사람들이 다 웃었다.
웃음은 1분에 500원이다.
동네 사람들이 나 때문에 세금을 냈다.
그것도 영업이라 치면 그게 내 첫 실적이다.
띠링. 이번 달 부과 내역.
웃음 43분 21500원
이 나라가 이렇게 된 지 12년 됐다.
처음 법 만들 때 국회에서 뭐라 했냐면.
"소음 공해를 줄이고 국민 정서를 안정시키겠습니다!"
그 말 하는 데만 국회의원들이 세금을 몇백만 원씩 냈단다.
법 통과되고 박수를 쳤는데.
박수 1번에 100원이라.
짝 짝 짝.
3번 치고 말았단다.
그게 이 법의 첫 절세 사례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좀 들어보소.
야구장 얘기.
대구 야구장에 2만 명이 들어가는데 응원가를 아무도 안 부른다.
홈런이 나오면 다들 부채를 흔든다.
2만 명이 한꺼번에 부채질을 하면 휘이잉 바람 소리가 난다.
국세청은 이걸 과세할지 말지 3년째 회의 중이다.
회의도 말로 하니까 회의비가 억수로 든다.
아기 얘기.
아기 울음은 면세다.
이거 하나는 국회가 잘했다.
요즘 동네에서 제일 시끄러운 건 아기들뿐이다.
늙은이들이 아기 우는 소리 듣고 반가워서 운다.
늙은이 우는 건 과세다.
코골이 얘기.
코골이는 하룻밤에 3000원.
부부 중에 누가 코를 골았는지로 이혼 소송이 난다.
남편은 자기가 안 골았다고 하고 아내는 계측기 기록을 들이민다.
계측기는 거짓말을 안 한다.
남편은 그 자리에서 한숨을 쉬었다.
한숨은 무음이다.
남편은 그거라도 이겼다.
장례식장 얘기.
곡소리는 반값이다.
상주 감면이다.
그래서 곡을 대신 해주는 곡쟁이를 부르면?
곡쟁이는 상주가 아니라서 감면이 안 된다.
곡쟁이 수입이 반으로 줄었다.
곡쟁이들이 서러워서 곡을 했다.
그것도 과세됐다.
법원 얘기.
판사가 판결문 읽는 데도 세금이 붙는다.
그래서 요즘 판결은 한 문장이다.
"원고 기각."
3초. 60원.
정의도 가성비 시대다.
수어 학원 얘기.
손으로 하는 말은 소리가 없으니까 면세다.
수어 학원이 미어터진다.
농인 선생님들 몸값이 10배가 됐다.
나도 배우러 갔다.
선생님이 손으로 뭐라고 하셨다.
"뭐라 하시는교?"
200원 나갔다.
선생님이 웃으셨다.
소리 없이.
그 웃음이 부러웠다.
소리 없이 사는 법은 30년 전부터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세상이 이제야 그 사람들한테 배우러 간 거다.
나는 이 얘기를 수업 첫 시간마다 한다.
400원쯤 나오는데 이건 하나도 안 아깝다.
띠링. 이번 달 부과 내역.
상담 발언 61시간 305000원
자 여기서 문제.
나는 조용히 사는 법을 가르친다.
근데 가르치려면?
떠들어야 한다.
상담 1시간에 세금 5천 원.
상담비는 3만 원.
남는 건 2만 5천 원.
인데.
나는 1시간짜리 얘기를 1시간 반 동안 한다.
손님 배웅하면서 또 10분 한다.
신발 신는 손님 뒤통수에 대고 한다.
아 그리고 그 집 둘째는 요새 뭐 하노? 아이고 벌써 군대를? 시간 참 빠르제?
이것도 1천 원쯤 나온다.
우리 영감은 이런 나를 보고 말을 안 한다.
원래 말을 안 한다.
30년 같이 살면서 영감이 하루에 하는 말은 딱 2개다.
"밥 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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