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by김경훈

[관아 기록에 안 남는 것]


일 · 오작인

관아 · 어느 고을 현청

햇수 · 스물한 해

신분 · 말하지 않겠다

글 · 모른다

적는 사람 · 따로 있다



오작인


나는 오작인이다.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적어둔다.


사람이 죽으면 관아에서 검시를 한다. 원통한 죽음이 없게 하려고 하는 일이다.


그때 시신을 만지는 사람이 나다.


옷을 벗기고 씻기고 돌려 눕히고 상처를 드러내는 일을 한다.


원님은 보고 형방은 적고 나는 만진다.


만지는 일을 하는 사람은 따로 둔다. 귀한 분들이 시신을 만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같은 것이 있다.


이 일을 스물한 해 했다.


내 손이 만진 시신이 몇인지는 모른다. 셀 줄을 모르니 못 센다.


세는 것은 형방이 한다.


나는 만질 줄만 안다.



손


내 손은 좋은 손이다.


이건 자랑이다. 살면서 자랑할 것이 이것뿐이라 적는다.


시신은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


죽은 지 오래된 것은 살이 무르고 뼈가 어긋난다. 힘을 잘못 주면 상처가 새로 생긴다.


새 상처가 생기면 검시가 틀어진다. 없던 상처가 시장에 적히면 사람이 억울해진다.


그래서 내 손이 중요하다.


스물한 해 동안 새 상처를 낸 적이 없다.


원님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나는 그대로였다.


나 같은 것을 새로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다.


이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내 손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적지 않겠다.


다만 이런 손이다.


겨울에 갈라지지 않는다.


이 일 하는 사람은 손이 갈라진다. 찬물에 담그고 식초에 담그니 갈라진다.


내 손은 안 갈라진다.


앞사람은 갈라졌다.


나는 스물한 해 동안 한 번도 안 갈라졌다.


그것이 좋은 일인 줄 알았다.



검시


검시는 절차가 있다.


먼저 시신을 씻는다. 술지게미와 식초를 쓴다.


씻으면 상처가 드러난다. 흙과 피가 덮고 있으면 안 보이니까 씻는다.


다음에 자로 잰다.


상처 길이와 너비와 깊이를 잰다.


내가 자를 대면 형방이 적는다.


한 치 두 푼 이런 식으로 부른다.


내가 부르고 형방이 적는다.


스물한 해 동안 그렇게 했다.


나는 내가 부른 것이 종이에 어떻게 적히는지 모른다.


글을 모르니 모른다.



시장


검시한 것을 적은 문서를 시장이라 한다.


이것이 관아에 남는다.


한 벌은 감영으로 올라가고 한 벌은 현청에 둔다.


나는 그 종이를 본 적이 많다.


보기만 했다.


먹이 마르는 냄새를 안다. 종이 결도 안다.


글자는 모른다.


형방이 쓰는 붓이 지나갈 때 소리가 난다.


사각사각 나는데 그 소리로 길고 짧은 것은 안다.


긴 상처를 적을 때는 소리가 길고 짧은 것은 짧다.


그것도 스물한 해 하면 알게 된다.



바카라


검시에는 법이 있다.


바카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보고 한다.


상처가 어떻게 생겼으면 무엇으로 낸 것인지 적혀 있다고 한다.


목매어 죽은 것과 목을 졸린 것이 어떻게 다른지도 적혀 있다고 한다.


물에 빠져 죽은 것과 죽어서 물에 넣은 것도 다르다고 한다.


나는 그 바카라을 못 읽는다.


그런데 그 안에 있는 것은 거의 다 안다.


스물한 해 만지면 알게 된다.


목매어 죽은 사람은 자국이 턱 쪽으로 올라간다. 졸린 사람은 옆으로 곧다.


이것을 나는 손으로 안다.


형방은 바카라으로 안다.


우리 둘이 같은 것을 아는데 길이 다르다.


한 번은 형방이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


너는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만져보면 압니다 하고 아뢰었다.


형방이 이렇게 말했다.


그럼 바카라이 왜 있느냐.


나는 대답을 안 했다.


바카라이 있는 까닭은 나 같은 것을 못 믿어서다.


그것은 아뢸 말이 아니다.



초검과 복검


검시는 두 번 한다.


한 번은 우리 고을 원님이 하고 한 번은 이웃 고을 원님이 와서 한다.


앞의 것을 초검이라 하고 뒤의 것을 복검이라 한다.


두 번 하는 까닭은 한 사람 말만 믿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두 시장을 나란히 놓고 다른 데가 있으면 다시 본다.


이것을 만든 사람은 사람을 잘 안 사람이다.


같은 시신을 두 번 만진다.


두 번 다 내가 만진다.


이웃 고을에서 오는 원님은 오작인을 안 데려온다. 데려올 것도 없고 여기 있는 것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 시신을 두 번 만진다.


초검 때 만진 자리를 복검 때 또 만진다.


내 손이 기억한다.



작년 시월


작년 시월에 사람이 하나 죽었다.


객사한 것이었다.


고을 밖 냇가에서 발견됐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


이런 것이 제일 고약하다.


가족이 없으면 원통함을 말해줄 사람이 없다.


초검을 했다.


내가 씻기고 재고 불렀다.


상처가 셋이었다. 머리에 하나 옆구리에 하나 팔에 하나다.


머리 것이 깊었다. 그것으로 죽은 것 같았다.


형방이 적었다.


이때 내가 셋이라고 두 번 불렀다.


검시할 때는 두 번 부른다. 잘못 적히면 안 되니까 그렇게 한다.


셋이오 하고 부르고 형방이 셋 하고 받는다.


그날도 그랬다.


형방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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