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분

by김경훈

[근무 기록]


가게 · 방탈출 카페

직무 · 운영 알바

경력 · 3년

테마 · 4개 중 3개 운영

시급 · 말하고 싶지 않음

쓰는 이유 · 나중에 법정에서 쓸 수도 있어서



이 일


방탈출 알바는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직업입니다.


하는 일이 뭐냐면 사람들이 방에 갇히는 걸 도와주고 못 나오면 힌트를 줍니다.


돈을 받고 가둡니다.


그리고 나오면 사진을 찍어드려요. 성공하신 분들은 팻말을 들고 찍으시고 실패하신 분들도 팻말을 들고 찍으십니다. 팻말만 다릅니다.


제가 3년 동안 찍어드린 사진이 몇천 장쯤 됩니다.


저는 그 사진에 안 나옵니다.


이게 이 일의 요약입니다. 남이 갇히는 걸 보고 남이 나오는 걸 보고 남이 웃는 걸 찍어주는 일이에요.


저는 대학원을 1년 다니다 그만뒀습니다.


그만둔 얘기는 안 하겠습니다. 이 글하고 상관없고 무엇보다 제가 아직 안 괜찮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여기 있습니다.


3년이면 알바가 아니라 그냥 직원인데 사장님은 아직 알바라고 부르십니다.


4대 보험 얘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제 업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손님 맞이하고 규칙 설명하고 방에 넣고 문 잠그고 모니터 보고 힌트 주고 문 열어주고 사진 찍고 방 정리하고 다음 팀 받기.


이걸 하루에 여섯 번에서 여덟 번 합니다.


3년이면 대충 오천 번쯤 했겠네요.


계산해보니 좀 슬프네요. 계산 안 할 걸 그랬습니다.



테마


테마가 넷입니다.


1번이 병원이고 2번이 저택이고 3번이 지하실이고 4번이 우주선입니다.


작명 센스는 제가 한 게 아니니까 저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1번 2번 4번을 돌립니다.


3번은 2년 전에 닫았습니다.


왜 닫았냐면 사장님이 안 된다고 하셔서 닫았습니다. 이유는 안 알려주셨어요.


문 앞에 준비 중이라는 안내판을 붙여놨습니다.


2년째 준비 중입니다.


준비 중인 게 2년이면 그건 준비가 아니라 상태입니다.



3번 방


3번은 제가 들어와서 두 달쯤 돌렸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그 방을 압니다.


지하실 테마고 자물쇠가 일곱 개예요. 순서대로 풀면 마지막 문이 열립니다.


제한 시간은 60분입니다.


성공률이 낮았어요. 열 팀 중에 두 팀쯤 나왔습니다.


그것도 닫은 이유 중 하나일 거예요. 너무 어려우면 후기가 안 좋거든요.


닫고 나서는 그 방에 아무도 안 들어갑니다.


청소도 안 해요. 문을 잠가놨습니다.


열쇠는 사장님이 갖고 계십니다.


저도 하나 있습니다. 이건 사장님이 모르십니다.


3년 하면 열쇠 하나쯤은 생깁니다.



힌트 벨


각 방에 힌트 벨이 있습니다.


손님이 누르면 카운터 모니터에 불이 들어옵니다. 그러면 제가 마이크로 힌트를 드려요.


작년 5월부터 3번 벨이 울립니다.


처음에는 고장인 줄 알았어요.


배선이 오래됐으니까 그럴 수 있죠. 저는 전기를 모르지만 고장은 압니다. 고장은 이유가 없으니까 고장이에요.


사장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전기 기사를 부르셨습니다.


기사님이 오셔서 한참 보시더니 이러셨어요.


이거 선이 끊겨 있는데요.


끊겨 있는데 벨이 울리느냐고 여쭤봤습니다.


기사님이 이러셨어요.


안 울려야죠.


울린다고 했습니다.


기사님이 저를 좀 보시더니 출장비만 받고 가셨어요.


저는 그 기사님 얼굴을 기억합니다. 그 얼굴은 믿는 얼굴이 아니었어요.


전 이해합니다. 저라도 안 믿어요.



모니터


각 방에 카메라가 있습니다.


이건 필수예요. 손님이 다치거나 무서워서 못 있겠다고 하면 바로 문을 열어드려야 하니까요.


3번 카메라도 살아 있습니다. 카메라 선은 안 끊겼어요.


작년 5월 그날 벨이 울리고 나서 저는 모니터를 봤습니다.


사람이 있었습니다.


네 명이었어요.


방 안에서 뭘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좀 웃었어요. 웃음이 나와서 웃은 게 아니고 뇌가 처리를 못 해서 웃었습니다.


사람은 이해가 안 되면 일단 웃어요.


그러고 카운터를 봤습니다.


그날 예약은 세 팀이었고 세 팀 다 1번 2번 4번이었습니다.


손님은 열한 분이었고 다 방에 들어가 계셨어요.


그러니까 그 네 명은 우리 손님이 아닙니다.


그리고 3번 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제가 확인했어요. 가서 손잡이를 돌려봤습니다.


돌아가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거 열리면 어떡하지.


안 열렸어요.


그날 저는 안도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더 나빴습니다.


문이 잠겨 있는데 안에 네 명이 있는 거잖아요.



힌트를 드렸습니다


이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봅니다.


그런데 이건 직업병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벨이 울리면 힌트를 주는 게 제 일입니다.


3년 동안 몸에 뱄어요.


저는 마이크를 켜고 힌트를 드렸습니다.


3번 방 힌트를 아직 외우고 있었거든요.


세 번째 자물쇠는 벽에 있는 숫자를 더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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