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체형교정원 원장
나이 38세
성별 여자
특징 손끝으로 아픈 곳을 찾는다
1. 목
엎드리세요. 얼굴은 구멍에 쏙 넣으시고요. 숨 편하게 쉬세요.
베드 밑 히터가 웅 하고 돈다. 오일을 손바닥에 덜어 비비면 금방 미지근해진다. 라벤더 향이 난다는 오일인데 사실은 파스 냄새가 더 세다. 이 방에서 8년 동안 밴 냄새다. 손님이 처음 들어오면 코를 한 번 킁킁한다. 그러고는 안심한다. 병원 냄새도 아니고 미용실 냄새도 아닌 이 냄새가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오늘 손님은 서른 중반 여자다. 전화로 예약할 때 목소리가 가늘고 빨랐다. 회사원이고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고 했다. 들어올 때 운동화 끄는 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처음 오는 사람은 다 그렇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발소리부터 작아진다.
목덜미에 엄지를 얹는다. 첫 손님은 늘 목부터 간다. 목은 누구나 굳어 있으니까. 요즘 사람들은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이고 산다. 엄지로 뒷머리 밑을 지그시 누르면 거의 모든 사람이 움찔한다.
어머 여기 아프시죠. 많이 뭉치셨네.
손님이 네에 하고 길게 대답한다. 그 목소리에 벌써 반은 넘어왔다는 게 들린다. 내가 아픈 곳을 찾아냈다고 믿는 목소리다. 사실 거기는 아무나 눌러도 아프다. 뒤통수 아래 그 오목한 자리는 사람 몸에서 제일 흔하게 뭉치는 곳이다. 나는 그걸 안다. 손님은 모른다. 그 차이로 나는 먹고산다.
나는 원래 스파에서 일했다. 호텔 지하에서 관광객 등을 문질렀다. 시간당 얼마 받는 일이었다. 거기서 배운 건 손기술보다 말이었다. 같은 손으로 같은 등을 문질러도 무슨 말을 얹느냐에 따라 팁이 세 배 차이가 났다. 그냥 시원하시죠 하면 팁이 적고 여기 많이 굳으셨네요 어떻게 참으셨어요 하면 팁이 많았다. 사람은 자기 고통을 알아봐주는 손에 돈을 낸다. 나는 그걸 서른 전에 배웠고 서른에 이 가게를 냈다.
나는 의사가 아니다. 물리치료사도 아니다. 민간 자격증 두 개가 있고 벽에 액자로 걸어뒀다. 손님들은 그 액자를 읽지 않는다. 금박 테두리가 있다는 것만 기억한다. 세상에 남 아픈 걸로 먹고사는 일이 한두 개인가. 병원도 약국도 헬스장도 다 그렇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따뜻한 손으로 하는 사람일 뿐이다.
2. 어깨
손을 어깨로 옮긴다. 승모근이라고 설명해주면 손님들이 좋아한다. 어려운 단어 하나가 신뢰를 만든다.
이 일의 비밀은 누를 자리를 아는 게 아니라 누르는 순서를 아는 거다. 처음엔 안 아픈 데를 누른다. 날개뼈 바깥쪽처럼 살이 두툼한 곳. 손님이 괜찮은데요 한다. 그다음에 아픈 데를 누른다. 어깨 꼭대기 그 딱딱한 줄. 손님이 악 소리를 낸다. 이 대비가 중요하다. 안 아픈 곳을 먼저 눌러야 아픈 곳이 진짜 문제처럼 느껴진다. 나는 문제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만들어내는 순서를 안다.
그러고 나서 말한다. 이게 한두 번으로 안 풀려요. 근육이 기억을 해서 금방 원래대로 돌아가거든요. 최소 30회는 받으셔야 몸이 새로 외워요.
30회 패키지는 280만 원이다. 50회는 420만 원이고 할부가 된다. 손님 대부분은 한 달 안에 30회를 끊는다. 통증은 사람을 급하게 만든다. 급한 사람은 계산을 안 한다. 환불 규정은 계약서 뒷면에 작은 글씨로 있다. 사용한 횟수는 정가로 계산해서 뺀다. 30회를 끊고 10회를 쓴 사람이 환불을 요청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그래서 환불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들 아깝다고 끝까지 다닌다. 끝까지 다니면 또 끊는다.
딱 한 번 이 순서가 안 통한 적이 있다. 5년 전쯤 대학병원 간호사가 손님으로 왔다. 내가 여기 아프시죠 하고 어깨를 누르자 그 여자가 웃었다. 원장님 거기는 누구나 아파요. 방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나는 바로 웃으며 받았다. 맞아요 그래서 다들 여기 오시는 거예요. 그 여자는 한 번만 받고 다시 안 왔다. 나는 그날 저녁 그 일을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알아채는 사람은 백 명에 한 명이다. 나머지 아흔아홉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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