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중고차 딜러
나이 43세
성별 남자
특징 차의 내력을 한눈에 읽는다
1
차는 거짓말을 안 한다. 사람이 시킬 뿐이다.
나는 차를 읽는다. 십오 년을 했으니 이제는 문짝 여는 소리만 들어도 대충 안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냄새로 침수 여부를 알고 안전벨트를 끝까지 뽑아보면 바닥에 남은 물자국이 보인다. 트렁크 스페어타이어 자리 나사를 보면 뒤를 받혔는지 알고 볼트 머리의 페인트가 깨져 있으면 한 번 뜯었다는 뜻이다. 엔진룸 안쪽 실링이 고르지 않으면 앞을 크게 다친 거다. 사람은 얼마든지 말을 바꾸지만 차는 자기 몸에 다 적어놓는다. 그래서 나는 차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버지가 정비 일을 하셨고 나는 그 옆에서 자랐다. 차는 정직하다는 말을 아버지한테 처음 들었다. 사람은 아파도 안 아픈 척하는데 차는 아프면 반드시 소리를 낸다고. 그 말이 좋아서 나는 이 바닥에 들어왔다. 정비가 아니라 판매로 갔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적힌 걸 지우는 일로 먹고산다.
일 자체는 간단하다. 사고가 크게 났던 차를 싸게 산다. 수리 이력이 남는 보험 처리 대신 현금으로 고친 차를 고른다. 그러면 기록에 안 남는다. 내장재를 전부 갈고 냄새를 빼고 흠집을 덮으면 겉으로는 새 차 같다. 그걸 시세보다 조금 싸게 내놓으면 며칠 안에 나간다. 손님이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사장님 이 차 무사고예요. 거짓말은 아니다. 기록상 무사고니까. 나는 기록을 말한 거고 손님은 차를 물은 건데 그 사이의 틈이 내 마진이다.
이 틈은 법으로도 잘 안 잡힌다. 성능점검기록부라는 게 있는데 그건 점검한 사람이 적는 거고 그 사람도 우리 쪽 사람이다. 계약서에는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구매한다는 문구를 넣는다. 그 한 줄이면 나중에 손님이 찾아와도 대부분 돌아간다. 소송까지 가는 사람은 백에 하나도 안 된다. 차값 몇백만 원 때문에 변호사를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나는 그 계산을 알고 일한다.
사람들은 우리를 사기꾼이라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바닥에서 안 그러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매입가와 판매가 사이에서 먹고사는 직업인데 그 차이를 만드는 방법이 이것뿐이다. 그리고 손님들도 안다. 시세보다 싸면 뭔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싼 걸 고른다. 그러니 그건 서로 아는 거래다. 세상에 남의 사정으로 먹고사는 직업이 한둘인가. 부동산도 보험도 다 그렇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값을 잘 맞추는 사람일 뿐이다.
2
내가 특히 잘하는 건 매입이다.
파는 건 아무나 한다. 진짜 돈은 살 때 남는다. 그리고 싸게 사려면 급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 급한 사람을 귀신같이 안다. 전화 목소리부터 다르다.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사람 계좌로 바로 넣어줄 수 있냐고 먼저 묻는 사람 차를 왜 파는지 설명이 긴 사람. 급한 사람은 값을 못 깎는다. 그냥 안 된다고 하면 된다. 그 자리에서 돌아서는 시늉을 하면 열에 여덟은 붙잡는다.
값을 깎는 방법도 정해져 있다. 먼저 차를 한참 들여다본다. 아무 말 없이 오래 본다. 그러면 파는 사람이 먼저 불안해진다. 그다음에 가벼운 흠부터 짚는다. 타이어가 다 됐네요 여기 도장이 다시 들어갔네요. 큰 흠은 마지막까지 안 짚는다. 큰 흠을 짚으면 상대가 정신을 차리고 다른 데 가서 알아보겠다고 하니까. 작은 흠을 여러 개 쌓아서 값을 내리면 상대는 자기 차가 원래 그 정도라고 믿게 된다.
제일 값을 잘 받는 건 사업이 어려워진 사람들 차다. 그다음이 이혼하는 집 차고 그다음이 상을 당한 집 차다. 상을 당한 집은 차를 오래 두고 보기 힘들어한다. 아버지가 타던 차를 자식들이 못 보겠다고 한다. 그런 차는 관리 상태도 좋은데 값을 거의 못 받는다. 나는 그 시장을 잘 안다. 부고를 챙겨보는 딜러는 많지 않은데 나는 챙겨봤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