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온라인 평판 관리 대행
나이 45세
성별 여자
특징 인터넷에서 흔적을 지운다
1
사람들은 인터넷에 올라간 건 영원히 남는다고 믿는다. 그건 안 지워본 사람들 이야기다.
지울 수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언론사에 정정 요청을 넣고 안 되면 언론중재위원회로 간다.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 침해를 걸어 포털에 임시조치를 신청한다. 게시판이면 운영자한테 내용증명을 보낸다. 그래도 안 지워지는 건 밀어낸다. 지우는 게 안 되면 안 보이게 만들면 되니까. 좋은 기사 스무 개를 새로 깔면 나쁜 기사 하나는 검색 세 번째 페이지로 내려간다. 세 번째 페이지는 아무도 안 본다. 그러니 그건 없는 거다. 사람들이 어디까지 보는지 나는 통계로 안다. 첫 페이지에서 열에 아홉이 멈춘다. 그 아홉을 위해 일하는 게 내 직업이다.
나는 그 일을 십사 년 했다. 회사 이름은 평판 관리 컨설팅이라고 되어 있다. 사람들은 우리를 기사 세탁소라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고객은 대개 인터넷에 안 좋은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이다. 어떤 병원장 어떤 학원 원장 어떤 회사 대표 어떤 요양원. 그들이 우리를 찾아와 말한다. 저것 좀 어떻게 해주세요. 저것 때문에 사람이 안 옵니다.
나는 묻지 않는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내 일이 아니니까. 사실이면 어차피 법으로 못 지운다. 내가 지울 수 있는 건 사실관계가 불분명하거나 표현이 과했거나 오래돼서 공익성이 흐려진 것들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운 건 지워질 만한 거였다. 나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에 남의 불행으로 먹고사는 직업이 한둘인가. 변호사도 홍보대행사도 언론사도 다 그렇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조용히 정리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 일에는 명분도 있다. 인터넷에는 억울한 사람도 많다. 오해로 이름이 오르내리다 인생이 망가진 사람 한 번의 실수가 십 년 넘게 검색되는 사람 사실이 아닌 소문에 시달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한테 나는 진짜로 필요한 사람이다. 잊힐 권리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나는 그 말을 상담할 때 자주 썼다. 대표님한테도 잊힐 권리가 있습니다. 그 말을 하면 고객들 표정이 편해진다. 자기가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게 되니까.
물론 나도 안다. 내 고객 중에 진짜로 억울한 사람은 열에 둘이 될까 말까다. 나머지 여덟은 그냥 자기가 한 일이 검색되는 게 싫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 둘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정하고 나면 나머지 여덟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사람은 자기 일을 설명할 문장 하나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고객들한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대표님 인터넷은 안 보이면 없는 겁니다. 그 말이면 다들 안심한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다. 요즘 사람들은 검색해서 안 나오면 없다고 생각하니까.
2
이 일에서 제일 큰 건은 재작년에 들어왔다.
지방 소도시의 요양원 재단이었다. 산하에 요양원 여러 곳을 두고 있었는데 몇 해에 걸쳐 안 좋은 기사가 쌓여 있었다. 지역 신문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어르신 관리가 소홀하다는 내용 야간에 인력이 모자란다는 내용 낙상 사고가 반복된다는 내용. 유족들이 올린 글도 몇 개 있었다. 지역 맘카페와 블로그에 걸쳐 있었다.
재단 쪽 담당자가 말했다. 우리가 개선을 다 했다고. 지금은 그런 일이 없는데 옛날 기사 때문에 입소 문의가 줄어든다고. 억울하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은 늘 듣는다. 나는 자료를 받아 검토했다. 기사들은 대부분 몇 년 전 것이었고 일부는 취재원이 명확하지 않았고 일부는 표현이 셌다. 작업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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