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기록]
소속 · 119종합상황실
직무 · 신고 접수
근속 · 15년
근무 · 3교대 야간
대상 녹취 · 11건
현재 상태 · 접수 근무 중
접수대
접수는 순서가 있다.
벨이 울리면 3초 안에 받는다. 그게 목표다. 헤드셋을 끼고 앉아 있으면 왼쪽 귀로 신고자가 오고 오른쪽 귀로 상황실 무전이 온다.
첫마디는 정해져 있다.
119입니다. 어디십니까.
위치를 먼저 묻는 이유는 간단하다. 통화가 끊길 수 있어서다. 위치만 알면 보낼 수 있다.
그 다음이 무슨 일인지다. 그 다음이 인원이다. 그 다음이 의식과 호흡이다. 마지막이 신고자 연락처다.
이 순서는 안 바뀐다. 15년 동안 안 바뀌었다. 잠결에도 나온다.
접수하면서 동시에 지령을 넣는다. 왼손으로 듣고 오른손으로 친다. 신고자가 말을 마치기 전에 관할 센터에 이미 출동 지령이 나가 있어야 한다.
모든 통화는 녹음된다. 접수 화면에 통화 번호가 뜨고 그 번호로 녹취가 저장된다. 보존 기간이 있고 지나면 지워진다.
이 일은 소리로만 한다.
신고자 얼굴을 볼 일이 없다. 현장에 갈 일도 없다. 내가 받는 건 목소리와 배경음뿐이다.
15년 하면 배경음으로 꽤 많은 걸 안다.
차 안에서 거는 사람은 엔진 소리가 낮게 깔린다. 아파트 안에서 거는 사람은 소리가 짧게 끊긴다. 벽이 가까워서 그렇다. 밖에서 거는 사람은 소리가 길게 퍼진다. 지하에서 거는 사람은 소리가 되돌아온다.
물가에서 거는 사람은 목소리가 조금 젖어 들린다.
이건 배운 게 아니라 그냥 알게 된다.
지워지는 건 규정이다.
녹취 A · 3월 4일 02시 17분
이 녹취부터 적는다.
발신번호 표시가 없었다. 화면에 번호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건 가끔 있다. 발신번호 표시 제한이거나 회선 문제거나 인터넷 전화거나 여러 가지다.
받았다.
119입니다. 어디십니까.
응답이 있었다.
여기요.
이렇게만 들렸다. 목소리는 낮았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못 잡겠다. 나이도 못 잡겠다. 마흔 같기도 하고 예순 같기도 하다. 발음은 또렷한데 말이 느리다.
내가 다시 물었다. 위치를 말씀해 주십시오.
아니요. 혼자요.
질문과 답이 안 맞는다.
나는 몇 번 더 물었다. 매뉴얼대로 물었다. 지금 계신 곳 주변에 뭐가 보이는지 물었고 건물이 있는지 물었다.
그쪽에서는 계속 말을 했다. 내 질문과는 상관없는 말이었다.
47초 만에 끊겼다.
배경음이 있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낮은 기계음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아주 멀리서 규칙적인 소리가 났다.
위치정보 조회를 넣었다. 조회 불가로 돌아왔다.
관할 소방서에 출동 지령을 넣었다. 위치가 없으니 최종 기지국 추정 좌표로 보냈다.
출동 무전
무전 내용은 그대로 적는다.
본부 여기 3-1. 지령 좌표 도착.
3-1 본부. 확인.
본부 3-1. 반경 200 수색 완료. 인적 사항 없음. 차량 없음. 구조물 없음. 특이사항 없음.
3-1 본부. 확인. 귀소하라.
본부 3-1. 귀소함.
3분 40초짜리 무전이다. 구급대원들은 말을 짧게 한다. 무전은 한 번에 한 사람만 말할 수 있어서 그렇다. 길게 말하면 급한 사람이 못 끼어든다.
이 무전이 11번 반복됐다.
지난 1년 동안 11건이다. 전부 02시 17분이다. 전부 발신번호 없음이다. 전부 47초다. 전부 아무것도 없다.
구급대원
3월에 3-1 대원 한 사람을 따로 만났다.
같은 기수 후배다. 서가 달라서 자주 못 본다. 커피를 마시면서 물었다.
무전 말투랑 앉아서 하는 말투는 다르다. 이 친구는 앉으면 말이 길어진다.
형님 그거 우리 사이에서도 얘기 나와요. 처음엔 그냥 오접속인가 했거든요. 근데 열한 번이면 얘기가 다르잖아요. 좌표도 매번 달라요. 반경 200 도는 데 20분 걸리는데 그거 도는 동안 아무도 말을 안 해요. 원래 수색 나가면 무전 아니어도 자기들끼리 떠들거든요. 근데 그날은 다들 조용해요. 이상하죠.
왜 조용하냐고 물었다.
그걸 모르겠어요. 누가 조용히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조용해져요. 갔다 와서도 그 얘기 안 해요. 차 안에서도 안 해요. 서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다시 떠들어요.
혹시 뭘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그 친구가 컵을 내려놓았다.
형님 저 그런 거 안 믿어요.
그리고 화제를 바꿨다. 인사이동 얘기를 했다.
헤어지면서 문 앞에서 한마디 했다.
근데 지령 오면 저희는 가야 돼요. 그건 아시죠.
안다고 했다.
상황실장
작년 11월에 상황실장께 보고했다.
실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거 오접속이야. 회선 노후화라고 몇 번을 말해. 옛날 교환기 쪽에 물려 있는 회선이 아직 남아 있어. 그거 타고 들어오는 거야.
내가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씀드렸다.
목소리가 들려? 잡음이겠지. 자네 야간 며칠째야.
나흘째라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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