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요망

by김경훈

[인계장]


병동 · 7층 내과

병상 · 42병상

근무 · 나이트 22시부터 07시까지

경력 · 5년차

나이트 인원 · 3명

작성 · 3월 14일 나이트에서 데이로



병동 현황


7층은 42병상이다. 6인실 4개 4인실 3개 2인실 3개다.


나이트는 3명이 본다. 한 명이 14병상씩 맡는다. 나는 701호부터 706호까지다.


밤 병동은 조용하다는 말을 밖에서는 하는데 그건 소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소리가 정리되어 있다는 뜻이다.


수액 펌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방마다 있다. 낮고 규칙적이다. 산소 발생기가 있는 방은 그 위에 쉭 소리가 얹힌다. 냉장고가 8분에 한 번 돈다. 복도 형광등 안정기가 치직거린다.


이 소리들이 바닥이다. 이 바닥 위로 뭐가 하나 올라오면 바로 안다.


수액 펌프 알람은 삑삑삑 하고 세 번씩 끊어서 운다. 공기 유입 알람은 소리가 더 높다. 심전도 모니터 알람은 그것보다 더 급하게 운다.


호출벨은 다르다.


호출벨은 스테이션 상황판에서 운다. 부저가 낮게 이어진다. 삑 하고 끊기지 않고 우우우 하고 이어진다. 상황판에 병실 번호와 침상 번호가 뜨고 그 병실 문 위 복도등이 켜진다.


응답은 병실 안에 들어가서 벽 스위치를 눌러야 꺼진다. 스테이션에서는 못 끈다. 그게 규정이다. 사람이 직접 가서 확인하라는 뜻이다.


호출 시각과 응답 시각이 전산에 남는다. 월별로 평균 응답 시간이 집계된다. 병동 지표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안 갈 수가 없다.


이건 환자를 위해 만든 규정이다. 스테이션에서 끌 수 있으면 사람이 안 간다. 그래서 못 끄게 만들어놨다.


만든 사람은 잘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705호


705호는 4인실이다.


지난주에 3번 침상이 비었다. 그 뒤로 이번 주까지 공실이었다.


705호에 대해 인계할 사항이 있다.


이 병실은 병상 배정이 늦다. 병동이 꽉 차기 전까지는 705호 3번 침상에 환자를 안 넣는다. 그건 규정이 아니고 관행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다들 순서가 그렇다고 한다.


배정이 돼도 오래 못 간다. 환자분들이 자리를 바꿔달라고 한다.


이유는 매번 다르다. 춥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시끄럽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화장실이 멀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


705호에서 화장실이 제일 가까운 자리가 3번이다.


병실 구조를 적어둔다. 문에서 들어가면 왼쪽이 1번과 2번이고 오른쪽이 3번과 4번이다. 창가가 2번과 4번이다. 3번은 문 쪽이면서 화장실 벽에 붙어 있다.


화장실 벽 쪽 자리는 원래 인기가 없다. 밤에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니까 그렇다.


그런데 3번은 그 소리가 잘 안 들린다.


내가 확인해봤다. 3번 침상에 앉아서 다른 사람한테 물을 내려달라고 했다. 4번에서는 들렸다. 3번에서는 훨씬 작게 들렸다.


같은 벽인데 그렇다.


시끄럽다고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신 분들은 뭐가 시끄러웠는지 안 말씀하셨다. 여쭤보면 그냥 시끄럽다고만 하셨다.


내가 5년 있으면서 3번 침상에서 자리 옮겨달라고 하신 분이 몇 분인지는 세어본 적 없다. 세어봐야 할 항목이 아니라서 안 셌다.



호출 기록


작년 가을에 전산에서 호출 로그를 뽑아봤다.


병동 지표 자료를 만들면서 겸사겸사 뽑았다. 5년치를 다 뽑을 수 있었다.


705호 3번 침상 호출 건수가 1844건이었다.


이건 많은 숫자가 아니다. 5년이면 1826일이니까 하루에 한 번꼴이다. 6인실 중증 환자분들은 하루에 열 번도 누르신다.


문제는 그 병실이 5년 내내 차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실 기간을 빼고 다시 계산했다. 3번 침상에 환자가 있었던 날은 5년 동안 611일이었다.


1844건 중에 611일 안에 들어가는 건이 몇 건인지 봤다.


0건이었다.


3번 침상에 환자가 있는 날에는 3번 침상에서 호출이 오지 않는다.


비어 있는 날에만 온다.


나는 이 결과를 세 번 다시 뽑았다. 조회 조건을 바꿔가면서 뽑았다. 침상 배정 이력 테이블과 호출 로그 테이블을 각각 뽑아서 날짜로 맞춰봤다.


세 번 다 0건이었다.


다른 침상도 확인해봤다. 705호 1번 2번 4번은 정상이다. 공실일 때 호출이 안 온다. 당연한 결과가 나온다.


3번만 반대다.


병동 전체 42병상을 다 돌려봤다. 공실 호출이 있는 침상이 몇 개 더 있었다. 청소 여사님이 침구 정리하다가 누르는 경우다. 그건 낮에 뜬다. 건수도 1년에 두세 건이다.


705-3은 밤에 뜬다.



규칙


두 가지를 더 찾았다.


첫째. 705호 3번 호출은 재호출이 없다.


환자분들은 안 가면 다시 누르신다. 그게 당연하다. 아프거나 급하니까 누르는 것이다. 응답이 3분을 넘어가면 대부분 다시 누르신다.


1844건 중에 재호출은 0건이다.


한번은 내가 22분을 못 갔다. 다른 병실에서 상황이 생겨서 그랬다. 22분 뒤에 갔다. 그동안 상황판에 705-3이 계속 떠 있었다.


재호출은 없었다.


둘째. 705호 3번 호출은 병동이 조용할 때만 온다.


호출 시각 앞뒤 3분을 봤다. 다른 호출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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