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죠

by김경훈

[근무 일지]


근무지 · 아이스크림 매장

근무 기간 · 7개월째

담당 · 마감

근무 시간 · 오후 4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시급 · 최저임금

현재 상태 · 정상 근무



4월 8일 금요일 · 마감


마감은 순서가 정해져 있다.


11시에 홀 정리. 의자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바닥을 민다. 대걸레는 두 번 민다. 한 번은 세로로 한 번은 가로로. 그렇게 안 하면 다음 날 점장이 발바닥으로 알아챈다.


11시 10분에 쇼케이스 정리. 쇼케이스는 24칸이다. 통을 앞으로 당겨서 빈자리를 없앤다. 통이 뒤로 밀려 있으면 손님이 안 보이고 안 보이면 안 팔린다. 배열 순서는 본사에서 정해준다. 인기 메뉴가 가운데 온다.


11시 20분에 스쿱 세척. 스쿱은 근무 중에 온수통에 담가둔다. 물은 40도쯤이 좋다. 너무 뜨거우면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스쿱에 붙고 너무 미지근하면 안 떠진다. 손등을 대보면 안다. 손등이 따뜻하다고 느끼면 맞는 온도다. 뜨겁다고 느끼면 물을 갈아야 한다. 이건 아무도 안 가르쳐줬고 3주쯤 하다 보니 알게 됐다.


그 다음이 통 교체다. 통은 뚜껑 있는 원통이고 3.5리터가 들어간다. 다 찬 통은 2.3킬로그램쯤 된다. 냉동고에서 꺼내서 쇼케이스로 옮길 때 손목 안쪽이 시리다. 장갑을 껴도 30초면 시리다. 새 통은 뚜껑을 열 때 소리가 다르다. 얼어붙은 자리가 떨어지면서 뽁 하고 한 번 난다. 쓰던 통은 그 소리가 안 난다.


마지막이 폐기 기록과 발주다. 태블릿에 수량을 넣는다. 그리고 셔터를 내린다. 셔터는 내릴 때 중간에 한 번 걸린다. 왼쪽을 살짝 들었다가 다시 내리면 넘어간다.


엄마는 외계인이 제일 빨리 준다. 원래 그렇다. 1등 메뉴니까 그렇다. 싱글레귤러가 115밀리리터니까 한 통에서 30인분쯤 나온다. 주말에는 하루 만에 통 하나가 빈다.


7개월 하면 이런 게 다 몸에 붙는다. 나는 이 매장의 순서를 안다. 그게 이 일의 전부다.



4월 15일 금요일 · 마감


재고 대조를 했다.


판매 건수에 용량을 곱하면 나가야 할 양이 나온다. 남은 양은 통을 들어보면 안다. 매일 같은 통을 들면 무게로 대충 잡힌다. 정확히 재고 싶으면 저울에 올린다. 저울은 사무실 캐비닛 위에 있다.


엄마는 외계인만 계산이 안 맞았다.


하루에 4인분에서 5인분씩 더 나갔다. 500밀리리터 조금 넘는 양이다. 다른 맛은 다 맞았다. 슈팅스타도 맞고 아몬드봉봉도 맞고 초코나무숲도 맞았다. 오차가 아예 없지는 않은데 다른 맛은 한 통에 1인분 안쪽이다. 엄마는 외계인만 하루에 4인분이다.


점장한테 말했다.


네가 손이 큰 거야.


저울로 재봤다. 10번 떠서 10번 다 쟀다. 113그램. 116그램. 115그램. 114그램. 117그램. 115그램. 112그램. 116그램. 115그램. 114그램. 평균 115그램이 나왔다. 규정은 115그램이다.


점장은 그 얘기를 더 안 했다.



4월 22일 금요일 · 마감


밤 9시 50분에 오는 손님이 있다.


매일 온다. 내가 마감 들어가는 날은 다 봤으니까 최소 주 5일이다. 파인트 하나. 엄마는 외계인만. 다른 맛은 안 섞는다. 파인트는 원래 두 가지 맛까지 담을 수 있고 대부분 두 가지를 고른다.


현금으로 낸다. 요즘 현금 내는 사람이 없어서 그것부터 눈에 띈다. 잔돈은 안 받는다. 됐어요 하고 그냥 간다. 우리 매장에 팁 통은 없으니까 그 돈은 서랍 안쪽에 따로 뒀다.


스푼을 안 받는다. 파인트를 사면 스푼을 몇 개 드릴까요 하고 묻는데 됐다고 한다. 드라이아이스도 안 받는다. 여름에는 30분이면 다 녹는다고 말해줬는데 됐다고 했다.


계산이 끝나면 항상 같은 말을 한다.


그대로죠.


물음표가 붙는지 안 붙는지는 모르겠다. 끝이 안 올라간다. 확인하는 말투도 아니고 묻는 말투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말한다.


나는 네 한다.


무슨 뜻인지 모른다. 7개월 동안 한 번도 안 물어봤다. 손님이 이상한 말을 하면 그냥 네 하는 게 이 일의 기본이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하다. 나이를 못 잡겠다. 40대 같기도 하고 60대 같기도 하다. 발음이 또렷해서 젊게 들리는데 말끝을 끄는 게 늙게 들린다. 향수 냄새는 안 난다. 담배 냄새도 안 난다. 아무 냄새도 안 난다. 사람이 카운터 앞에 서면 보통 무슨 냄새든 난다.



4월 30일 토요일 · 오후 근무


이날은 주말 알바랑 겹쳐서 오후에 나갔다.


쉬는 시간에 물어봤다. 9시 50분에 오는 아저씨 아느냐고. 파인트 하나만 사가는 사람.


그런 사람 없는데요.


주말 알바는 토요일 일요일 마감을 한다. 나는 평일 마감이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그 손님이 온다면 그쪽이 봤어야 한다.


며칠 뒤에 서랍을 열어봤다. 잔돈이 계속 쌓여 있었다. 세어보니 요일이 빠진 날이 없었다. 토요일 몫도 있고 일요일 몫도 있었다.


주말 알바한테 다시 안 물어봤다. 물어봐서 좋을 게 없다.



5월 2일 월요일 · 마감


아침에 오픈 알바가 매장 앞 쓰레기통을 비운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오후 근무를 앞두고 일찍 나갔다. 시급 계산이 잘못 들어가서 점장이랑 얘기할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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