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반드시 옵니다

by김경훈

직업 상조 상담사

나이 51세

성별 남자

특징 사람들이 안 보려는 걸 보게 만든다



1


내가 파는 건 죽음이 아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죽음은 아무도 안 산다. 하지만 두려움은 누구나 산다. 나는 사람들 앞에 앉아 아무도 입에 올리기 싫어하는 그 말을 꺼낸다. 어머님 그날은 반드시 옵니다. 사람들은 그 말에 얼굴이 굳는다. 그 굳은 얼굴이 내 신호다. 굳었다는 건 생각해본 적 있다는 뜻이고 생각해본 적 있다는 건 무섭다는 뜻이니까. 무서운 사람은 산다. 반대로 웃으면서 에이 아직 멀었어요 하는 사람은 안 산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나도 웃으면서 서류를 접는다. 시간 낭비를 줄이는 것도 실력이다.


상조 상품은 이상한 물건이다. 지금 돈을 내고 물건은 죽어야 받는다. 그래서 파는 방법도 이상하다. 좋은 점을 설명하면 안 된다. 나쁜 일을 설명해야 한다. 준비 없이 그날이 오면 어떻게 되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줘야 한다. 새벽에 부고를 받고 정신없이 장례식장에 갔을 때 상조 없이 맨몸으로 가면 얼마를 바가지 쓰는지. 자식들이 슬퍼할 겨를도 없이 견적서를 들고 다투게 되는 게 어떤 그림인지. 나는 그 그림을 십오 년 동안 다듬었다. 사람들이 제일 안 보고 싶어 하는 그림을 눈앞에 펼쳐놓는 것. 그게 내 일이다.


특히 잘 먹히는 대상은 부모를 모시는 오십 대다. 그 나이는 이미 주변에서 한둘 겪어봤다. 친구 아버지 장례에 다녀왔고 거기서 유족이 정신없이 휘둘리는 걸 봤다. 그래서 무섭다는 걸 안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어머님 아버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하고 물으면 된다. 그 질문 하나에 사람들 표정이 변한다. 그 변한 표정 위에 서류를 올려놓으면 대개 그 자리에서 서명한다.


반대로 안 먹히는 사람도 있다. 이미 부모를 다 보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겪을 만큼 겪어서 겁을 안 낸다. 그리고 자기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도 잘 안 산다. 자기 죽음은 이상하게 덜 무섭다. 사람은 자기 죽음보다 남겨질 사람의 곤란을 훨씬 무서워한다. 나는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 파고들었다.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건 어머님 자신이 아니라 자식들이잖아요. 이 한마디에 넘어오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나를 죽음 장사꾼이라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날은 진짜로 반드시 온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지도 않을 일로 겁을 주는 게 아니라 확실히 오는 일을 미리 알려줄 뿐이다. 준비한 사람과 준비 안 한 사람은 그날 하늘과 땅 차이다. 나는 준비를 팔고 그 대가를 받는다. 세상에 남의 불행으로 먹고사는 직업이 한둘인가. 보험도 장례식장도 병원도 다 그렇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정직하게 미리 말해주는 사람일 뿐이다.


2


내가 이 회사에서 오래 버틴 이유는 하나다. 약관을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상조 계약은 길다. 깨알 같은 글씨로 열 장이 넘는다. 계약하는 사람들은 그걸 안 읽는다. 못 읽는 게 아니라 안 읽는다. 죽음 이야기를 앞에 두고 약관을 한 줄씩 따지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다들 마지막 장에 서명만 하고 접어서 서랍에 넣는다. 그리고 십 년 이십 년 뒤에 꺼낸다. 꺼내는 날은 이미 정신이 없는 날이다.


나는 그 약관을 다 외웠다. 그리고 오 년 전 회사가 상품을 개편할 때 나는 기획팀에 불려 갔다. 현장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문구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나는 신이 났다. 그때 내가 제안한 조항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지금도 그 상품 약관 제십사 조에 들어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지정된 협력 장례식장 외의 장소에서 장례를 진행할 경우 납입금의 일부만 서비스 비용으로 전환되며 잔여 금액은 해약 환급 기준에 따라 정산한다. 말이 어렵게 쓰여 있지만 뜻은 간단하다. 우리가 지정한 장례식장에서 안 하면 그동안 낸 돈을 거의 다 못 쓴다는 거다. 우리 협력 장례식장은 수가 적고 대도시에 몰려 있다. 지방에서 갑자기 상을 당하면 그 장례식장까지 시신을 옮길 수가 없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근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고 십 년 넘게 부은 돈은 껍데기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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