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발

by김경훈

무인 꽃집이라는 게 있다는 걸, 나는 언니가 죽고 나서 알았다.


꽃은 사람이 파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자리에 갈 건데요, 하면 아주머니가 이거 저거 섞어서 예쁘게 묶어 주고, 리본은 무슨 색으로 할까요, 물어 주는 거. 그게 꽃집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냉장 쇼케이스에 다발이 미리 묶여 들어 있고, 유리문을 열어서 꺼내고, 카드를 대면 끝이다. 사람은 없다.


나는 그게 좋아서 거길 다닌다. 정확히는, 그것 때문에만 거길 다닌다.


사람 있는 꽃집에는 못 가겠다. 아주머니가 물어볼 테니까. 어디 갈 거예요?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할 자신이 없다. 언니 납골당에요, 라고 말하면 아주머니는 아이고, 하면서 뭐라고 위로를 할 거다. 좋은 말이겠지. 나쁜 뜻은 하나도 없을 거다. 근데 나는 그 좋은 말을 듣고 나면 하루가 망가진다. 위로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겨우 세워 놓은 걸 무너뜨린다. 나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그날 아침부터 애를 쓰고 나온 거다.


실은 딱 한 번 가 봤다. 언니 사십구재 때. 아주머니가 어디 갈 거냐고 물었고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입이 안 떨어져서 그냥 서 있었다. 아주머니가 눈치를 챘는지 아무 말 없이 흰 꽃으로 묶어 줬다. 계산할 때 아주머니가 내 손을 한 번 잡았다. 그게 다였다. 나쁜 게 아니었는데 나는 그날 지하철에서 삼십 분을 울었다. 그 뒤로 사람 있는 꽃집엔 안 간다. 좋은 사람이 무서울 때가 있다.


언니는 이 년 전에 죽었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안 쓰겠다. 그건 언니 거니까. 사람들은 자꾸 그걸 궁금해했다. 위로하는 척하면서 물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누가 죽으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죽음을 궁금해한다는 걸.


언니는 나보다 세 살 위였다. 우리는 스물 넘어서까지 한 방을 썼다. 사이가 좋았냐고 하면 애매하다. 매일 싸웠다. 옷 때문에, 충전기 때문에, 불 끄는 문제로. 근데 밤에 불 끄고 누우면 또 한참 떠들었다. 그때 무슨 얘기를 그렇게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사람이 죽으면 대단한 대화만 기억날 것 같은데, 남는 건 그런 거다. 불 끄고 누워서 한 시시한 얘기들. 내용은 없고 소리만 남는다.


장례식장에서 나는 백 번쯤 같은 대답을 했다. 네, 감사합니다. 네, 괜찮습니다. 네, 밥 먹었어요.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았고 밥도 안 먹었는데. 사람들 앞에서 나는 계속 괜찮은 사람이어야 했다. 엄마가 무너져 있었으니까. 둘 다 무너지면 안 되니까.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람이 나한테 뭘 물어보는 게 무서워진 게.


회사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입사한 지 일 년쯤 됐는데, 나는 언니 얘기를 한 번도 안 했다. 형제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한다. 없다고 하면 대화가 거기서 끝나니까. 있었다고 하면 그다음이 있으니까. 나는 매일 회사에서 외동딸로 산다. 그게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그게 제일 편하다.


무인 꽃집은 아무것도 안 묻는다.


유리문을 열면 찬 바람이 훅 나온다. 냉장 쇼케이스라 안이 춥다. 꽃 냄새보다 냉장고 냄새가 먼저 난다. 나는 그 서늘함이 좋다. 꽃집은 원래 따뜻하고 눅눅한 데인데, 여긴 차다. 슬픈 걸 사러 오는 사람한테는 차가운 게 낫다. 따뜻하면 마음이 풀려서 울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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