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 들어도 압니다

by김경훈

직업 채권추심원

나이 43세

성별 여자

특징 목소리로 갚을 사람을 가려낸다



1.


전화를 걸면 삼 초 안에 안다. 이 사람이 갚을 사람인지 아닌지.


갚을 사람은 첫마디가 짧다. 네 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잠깐 숨을 참는다. 그 숨을 참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부끄러워서 참는 숨이다. 그런 사람은 결국 갚는다. 반대로 못 갚을 사람은 첫마디가 길다. 여보세요 하고 늘어지게 받는다. 그리고 곧바로 사정을 늘어놓는다. 지금 형편이 어떻고 애가 아프고 다음 달에는 꼭. 사정이 긴 사람은 안 갚는다. 사정이 길다는 건 이미 여러 군데서 여러 번 말해봤다는 뜻이니까.


나는 그걸 목소리만으로 안다. 십 년을 이 일 했다. 하루에 백 통씩 걸었으니 십 년이면 이십만 통이 넘는다. 이십만 개의 목소리가 내 귀를 지나갔다. 그 목소리들이 내 안에 쌓여서 이제는 반사적으로 분류된다. 이 사람은 오늘 안에 입금한다. 이 사람은 두 번 더 걸어야 한다. 이 사람은 아무리 걸어도 안 나온다. 나는 회사에서 제일 회수율이 높았다. 팀장이 늘 말했다. 너는 전화기에 귀가 달린 게 아니라 사람 속에 귀가 달렸다고. 나는 그 말을 명함처럼 지니고 다녔다. 사람 속에 귀가 달린 사람. 십 년 동안 나를 설명하는 데 그보다 좋은 말은 없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빚쟁이라 부르고 독촉꾼이라 부르고 사람 피 말리는 것들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욕도 안 하고 협박도 안 한다. 그런 건 옛날 방식이고 요즘엔 불법이다. 나는 그냥 조용히 말한다. 선생님 오늘 안에 십만 원만 넣어주시면 제가 위에 보고를 미룰 수 있어요. 저도 선생님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그 한마디면 된다. 목소리를 낮추고 편이 되어주는 척하면 사람들은 없는 돈도 만들어 온다. 세상에 남의 불행으로 먹고사는 직업이 한둘인가. 은행도 대부업체도 다 그렇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부드럽게 받아내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이 일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빌린 돈은 갚는 게 맞다. 안 갚는 사람이 있으면 결국 그 손해는 성실하게 갚는 사람들의 이자로 메워진다. 나는 그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제일 인간적인 방식으로 한다. 새벽에 문을 두드리지 않고 온라인 게임에 찾아가지 않고 가족한테 전화하지 않는다. 그저 말로만 한다. 말로만 하는데 제일 잘 받아낸다. 그게 내 실력이었다.


물론 말이 제일 무섭다는 걸 나도 알았다. 문을 두드리면 사람은 화를 내지만 부드럽게 말을 걸면 사람은 자기를 탓한다. 화는 밖으로 나가는데 자바카라은 안으로 파고든다. 나는 사람들이 안으로 파고들게 만드는 일을 십 년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제일 점잖은 방식으로 일한다고 믿었다. 손에 피를 안 묻히는 방법은 손을 안 쓰는 거니까.


2.


회사는 통화를 전부 녹음한다.


민원 대비라고 했다. 추심원이 불법적인 말을 하면 회사가 바카라임을 지니까 다 녹음해둔다는 거였다. 나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나는 불법적인 말을 안 하는 사람이니까 녹음은 나를 지켜주는 장치라고 여겼다. 실제로 민원이 들어왔을 때 녹음 덕분에 무혐의로 끝난 적도 있었다. 그때 나는 녹음기가 내 편이라고 생각했다.


입사할 때 서명한 서류가 스무 장쯤 됐고 나는 그걸 다 읽지 않았다. 그중 한 장에 통화 데이터의 활용에 관한 조항이 있었다. 회사가 통화 기록을 업무 개선 및 시스템 개발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문장을 읽지 않았고 읽었어도 무슨 뜻인지 몰랐을 거다. 시스템 개발이라는 말이 그때는 아무 그림도 그려주지 않았으니까.


나는 십 년 동안 성실하게 녹음됐다. 회사는 매달 회수율 상위자의 통화를 뽑아 교육 자료로 썼다. 내 통화가 제일 많이 뽑혔다. 신입들이 회의실에 모여 내 목소리를 들었다. 팀장은 화면에 내 대사를 띄워놓고 설명했다. 여기서 어조를 낮추는 거 들리지. 여기서 상대가 말을 흐릴 때 삼 초를 기다리는 거 봐라. 이게 기술이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자랑스러웠다. 내 말투가 회사의 표준이 되는 거니까.


나는 내 대사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저도 선생님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이 문장은 내가 만들었다. 처음엔 다들 안 썼는데 내가 쓰기 시작하니까 회수율이 올랐고 나중엔 온 팀이 다 썼다. 위에 보고를 미룰 수 있다는 말도 내가 만들었다. 사실 보고를 미룰 권한 같은 건 나한테 없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내가 자기편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 믿음을 만드는 기술자였다.


문장만 만든 게 아니라 호흡도 만들었다. 상대가 말을 흐릴 때 곧바로 치고 들어가면 안 된다. 삼 초를 기다려야 한다. 그 삼 초 동안 상대는 자기가 방금 한 말을 스스로 듣는다. 다음 달에는 꼭 넣겠다는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자기 귀로 확인한다. 그러면 다음에 내가 금액을 말할 때 저항을 못 한다. 나는 그 삼 초를 수천 번의 통화로 알아냈다. 이 초는 짧고 사 초는 상대가 정신을 차린다. 삼 초가 정확했다.


십 년 동안 내 목소리는 점점 더 정확해졌고 점점 더 잘 먹혔다. 그리고 그 모든 게 한 통도 빠짐없이 녹음되고 있었다. 나는 매일 여덟 시간씩 내 기술을 소리 내어 시연했고 회사는 그걸 하나도 안 버리고 모았다. 나는 그게 나를 증명하는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를 대체할 재료라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했다.


3.


재작년에 회사가 새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동 추심 시스템이라고 했다. 사람이 안 걸어도 기계가 전화를 걸고 대화를 하는 거였다. 처음엔 다들 웃었다. 기계가 무슨 추심을 하냐고. 사람 마음을 어떻게 읽냐고. 그런데 시범 운영 결과를 보고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 회수율이 우리보다 높았다. 특히 소액 채권에서는 압도적이었다. 기계는 지치지도 않고 감정도 안 상하고 하루에 몇천 통을 건다.


나는 궁금해서 그 시스템의 통화를 한번 들어봤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기계가 내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어조를 낮추는 지점 상대가 말을 흐릴 때 삼 초를 기다리는 호흡 그리고 내가 만든 그 문장들. 저도 선생님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제가 위에 보고를 미룰 수 있어요. 목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말하는 방식은 완벽하게 나였다. 나는 팀장에게 물었다. 이거 뭐로 만든 거예요. 팀장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우리 회사 통화 기록으로 학습시켰지. 회수율 좋은 사람들 거 위주로. 너 거 제일 많이 들어갔을걸.


나는 화를 냈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오히려 조금 우쭐했다. 내 방식이 표준이 됐다는 거니까. 십 년을 갈고닦은 내 기술이 회사의 자산이 된 거니까. 나는 그날 팀 회식에서 농담처럼 말했다. 저 이제 회사에 두 명 있는 거네요. 다들 웃었다.


일 년 뒤 회사는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다. 나도 그 절반에 들어갔다. 기계가 다 하는데 사람을 왜 쓰냐는 거였다. 십 년 동안 회수율 일 등이었던 게 무색했다. 아니 그게 이유였다. 내가 제일 잘했기 때문에 내 방식이 제일 많이 학습됐고 그래서 기계는 나를 제일 잘 대체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가장 성실하게 복제해서 회사에 넘긴 사람이었다.


면담 자리에서 나는 팀장한테 따졌다. 저 그 시스템 만드는 데 제일 많이 들어간 사람이잖아요. 팀장은 미안한 얼굴로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십 년 전 내가 서명한 그 스무 장 중 한 장이었다. 통화 데이터의 활용에 관한 조항. 회사가 통화 기록을 업무 개선 및 시스템 개발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그 문장. 팀장이 말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미안하다.


나는 그 서류를 한참 봤다. 십 년 동안 나는 사람들한테 계약서를 들이밀며 말했다. 선생님 여기 서명하셨잖아요. 읽어보셨어야죠. 그 말을 이십만 번쯤 했다. 그리고 정작 나는 내 계약서를 안 읽은 사람이었다. 그날 나는 내가 이십만 번 했던 그 말을 나 자신한테 돌려받았다.


4.


그 뒤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같은 업계에는 자리가 없었다. 어디나 사람을 줄이고 있었으니까. 마흔셋에 다른 일을 시작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력서에 십 년 경력을 적으면 면접관들이 표정을 관리했다. 추심 일을 했다는 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 나는 그제야 알았다. 십 년 동안 나는 내가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세상은 나를 그렇게 안 봤다. 사람들 피 말리던 사람이 뭘 하겠냐는 눈이었다.


퇴직금으로 작은 가게를 열었다가 일 년 만에 접었다. 권리금을 날렸고 인테리어 대출이 남았다. 처음엔 카드로 돌려막았고 그다음엔 현금서비스를 썼고 그다음엔 내가 십 년 동안 전화를 걸던 바로 그 회사들에서 돈을 빌렸다. 나는 그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십 년 동안 그 과정을 밟은 사람들한테 전화를 걸었으니까. 다음 단계가 뭔지도 알았다. 연체 삼십 일 육십 일 그리고 채권이 넘어가는 시점까지 다 알았다. 알면서도 똑같이 밟았다. 아는 것과 안 밟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십 년 동안 내가 전화 걸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다음 달에는 꼭 넣겠다던 사람들. 나는 그 말을 다 거짓말로 분류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자리에 앉아보니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다음 달에는 될 것 같은 거였다. 매달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거였다. 나는 그 진심을 십 년 동안 회수 불가 사유로만 적었다.


연체가 시작되고 두 달쯤 지난 어느 오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았더니 여자 목소리였다.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 나는 삼 초 만에 알았다. 추심 전화구나. 그리고 삼 초 더 지나서 알았다. 이거 기계구나. 그리고 다시 삼 초가 지나자 나는 수화기를 귀에서 떼지 못했다.


기계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선생님 오늘 안에 십만 원만 넣어주시면 제가 위에 보고를 미룰 수 있어요. 저도 선생님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내가 만든 문장이었다. 십 년 동안 이십만 번쯤 말한 문장이었다. 그 문장이 이제 나한테 걸려왔다.


5.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듣고 있었다.


기계는 내가 짠 순서대로 정확히 움직였다. 먼저 부드럽게 말을 건다. 상대가 사정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그리고 사정이 끝난 자리에서 삼 초를 기다린다. 그 삼 초가 핵심이다. 사람은 자기가 늘어놓은 사정이 허공에 뜨는 그 삼 초를 못 견딘다. 그 침묵 뒤에 다시 부드럽게 금액을 제시하면 열에 일곱은 무너진다. 내가 십 년 동안 알아낸 거였고 내가 신입들한테 가르친 거였고 이제 기계가 나한테 쓰고 있는 거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사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형편이 어떻고 가게를 접었고 다음 달에는 꼭. 말하면서 나는 알았다. 이건 못 갚을 사람의 첫마디다. 사정이 긴 사람. 여러 군데서 여러 번 말해본 사람. 십 년 동안 내가 삼 초 만에 걸러내던 바로 그 목소리가 지금 내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말을 멈추려고 했지만 멈춰지지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나는 이 대화의 구조를 완벽하게 아는 사람이다. 상대가 기계라는 것도 알고 저 침묵이 기술이라는 것도 알고 저 부드러움이 가짜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입이 계속 움직였다. 사람은 자기 사정을 들어주는 목소리 앞에서는 그게 기계여도 말을 한다. 아니 기계여서 더 한다. 사람한테 하면 부끄러운데 기계한테는 부끄럽지 않으니까. 나는 십 년 동안 그 부끄러움을 무기로 썼는데 이제 기계는 그 부끄러움조차 필요 없이 사람을 열고 있었다.


그리고 기계가 삼 초를 기다렸다. 내가 만든 그 삼 초를.


나는 그 삼 초 동안 십 년을 다 봤다. 이십만 통의 전화. 그 수화기 너머에서 숨을 참던 사람들. 사정을 늘어놓다가 내 침묵에 무너지던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을 목소리로 분류했다. 갚을 사람 못 갚을 사람. 사람이 아니라 회수 가능성으로만 들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도 다 나처럼 어느 날 일이 잘 안 풀린 사람이었을 거다. 아는 것과 안 밟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그들도 알았을 거다. 나는 그 삼 초 동안 처음으로 그 이십만 명을 사람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 삼 초가 끝나자 기계가 다시 말했다. 부드럽게. 정확하게. 내 목소리로.


6.


요즘도 그 전화가 온다.


하루에 두세 번씩 온다. 기계는 지치지 않으니까. 나는 이제 받지 않는다.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그냥 둔다. 벨이 울리는 동안 나는 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문장들을 생각한다. 저도 선생님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그 문장을 만들 때 나는 그게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사람 마음을 여는 열쇠라고. 지금은 안다. 그건 열쇠가 아니라 덫이었고 나는 그 덫을 이십만 개쯤 만들어 세상에 뿌렸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십 년을 돌아 나한테 왔다.


나는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고 믿었다. 그게 내 재주였고 내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십 년 동안 못 알아들은 목소리가 하나 있다. 내 목소리다. 나는 매일 내 목소리를 냈고 그 목소리가 녹음되는 걸 알았고 그게 학습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나를 대체하고 나를 잘라내고 결국 나한테 전화를 걸어올 거라는 건 한 번도 못 들었다. 남의 목소리에서는 삼 초 만에 미래를 읽어내면서 내 목소리에 담긴 내 미래는 십 년 동안 못 읽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저 기계가 언젠가 내 사정을 다 듣고 나를 못 갚을 사람으로 분류하면 그때는 전화가 끊길까. 십 년 동안 나는 그런 사람들의 파일을 닫았다. 회수 불가. 그 도장을 찍고 다음 파일로 넘어갔다. 그게 제일 편한 순간이었다. 이제 그 도장이 내 이름 위에 찍힐 차례다. 내가 만든 기준으로 내가 걸러진다.


이상한 건 그 순간이 조금 기다려진다는 거다. 회수 불가로 분류되면 전화가 멈추니까. 십 년 동안 나는 그 분류를 실패라고 불렀는데 당하는 쪽에서는 그게 유일한 구원이었다. 내가 실패라고 적은 그 칸이 누군가에게는 겨우 숨 쉬는 자리였다는 걸 이제야 안다. 이십만 통 중에 몇 명이나 그 칸에 들어가려고 나를 견뎠을까.


전화벨이 또 울린다. 나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안 받아도 다 들린다. 십 년 동안 이십만 번 했던 말이니까 첫마디부터 마지막까지 다 외우고 있다. 세상에서 그 전화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그 전화를 제일 무서워한다. 나는 그 벨소리가 멈출 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내가 만든 삼 초를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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