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트리 사장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알았다. 평소 같으면 반죽하다가 인사만 하는데 오늘은 카운터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말했다.
"경훈 씨 저 이거 좀 봐주세요."
무언가를 내 손에 쥐여줬다.
작은 카드였다. 두꺼운 종이. 그리고 표면에 점들이 있었다. 오톨도톨한 점.
나는 손끝을 올렸다.
ㅈ ㅏ ㅁ ㅂ ㅗ ㅇ ㅂ ㅜ ㅔ ㄹ ㅡ
"잠봉뵈르요." 내가 말했다.
사장님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맞았네요. 저 이거 삼 주 걸렸어요."
지난번에 사장님이 그랬다. 빵 이름을 점자로 붙일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나는 부담 갖지 마시라고 했다. 그런 말은 대개 그 자리에서 좋게 끝난다. 진심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일상이 바쁘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이해한다. 그리고 대체로 기대하지 않는다.
삼 주 만에 카드가 나왔다.
"어떻게 만드셨어요?"
"점자 프린터가 있는데 그건 너무 비싸고요. 그래서 그냥 도면을 그렸어요. 점 간격이랑 높이가 규격이 있더라고요. 점 지름 1.5밀리미터 점 사이 간격 2.5밀리미터. 그래서 3D 프린터로 찍었어요."
"기계공학이라 다행이네요."
"이럴 때 쓰라고 배운 거죠."
옆에서 보보가 카드를 하나 집어 들었다.
"이거 다 만드셨어요? 몇 개예요?"
"열두 개요. 치아바타 까눌레 휘낭시에 에그타르트 잠봉뵈르 크루아상..."
여사장님이 주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얘 이거 만드느라 밤에 잠도 안 잤어요."
"누나."
"사실이잖아."
나는 카드를 하나씩 만져봤다.
까눌레. 휘낭시에. 에그타르트.
정확했다. 초성 중성 종성이 다 맞았고 규격도 맞았다. 손끝이 헷갈리지 않았다.
내가 말이 없어지자 사장님이 물었다.
"틀린 데 있어요?"
"아니요."
"그럼 왜 아무 말씀을..."
나는 잠깐 더 있다가 말했다.
"이 빵들이 지금 이름을 얻었어요."
사장님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조용했다.
"저한테 이 빵들은 원래 이름이 없었어요." 내가 말했다. "냄새랑 무게로 구분은 했어요. 잠봉뵈르는 묵직하고 까눌레는 단단하고. 근데 그건 제 머릿속에만 있는 구분이에요. 이름은 사장님이 말해줘야 알았고요. 근데 지금은 제가 직접 읽었어요."
"...아."
"이게 좀 큰 차이예요."
보보가 카드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오늘 자기가 읽어준 거랑 연결되는데."
"어떤 거?"
"화룡점정."
나는 웃었다. 보보가 이걸 꺼낼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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