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선율이 시차를 두고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에 대하여
[제1성부]
계산성당은 수요일에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한다.
이걸 알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삼덕동에서 직립보행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오르간 소리를 들었다. 아주 낮은 음이었다. 소리라기보다 공기가 눌리는 느낌에 가까웠다. 나는 걸음을 멈췄고 탱고도 멈췄다. 탱고가 멈춘 건 내가 멈췄기 때문이지 소리 때문은 아니었을 거다. 탱고는 낮은 음에 별 관심이 없다. 탱고의 관심사는 언제나 냄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수요일 오후를 비워두게 됐다.
계산성당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다. 1899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그 안에 폴란드에서 온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파이프가 1736개고 건반이 두 단이고 음색을 바꾸는 장치가 스물일곱 개다. 이 숫자들을 나는 오르가니스트한테 들어서 안다. 처음 갔던 날 연주가 끝나고 내가 물어봤기 때문이다.
"파이프가 몇 개예요?"
"1736개요."
"세어보셨어요?"
"제가 센 건 아니고요."
나는 이 대답이 정직해서 좋았다.
[제2성부]
그날은 나 혼자 먼저 와 있었다.
보보는 수업이 늦게 끝난다고 했다. 삼십 분쯤 늦을 거라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성당 안에서 삼십 분을 혼자 있는 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좋다. 이 공간은 소리가 특이하다. 천장이 높고 벽이 단단해서 소리가 오래 머문다. 누군가 기침을 하면 그 기침이 이초쯤 뒤에 다시 돌아온다. 발소리도 그렇다. 내 발소리가 나보다 늦게 도착한다.
나는 이 잔향이 좋다.
보이는 사람들은 성당에 들어오면 먼저 천장을 본다고 한다. 나는 먼저 손뼉을 친다. 아주 작게. 그러면 이 공간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소리가 돌아오는 시간으로 벽까지의 거리를 재는 거다. 박쥐가 하는 걸 나도 한다. 다만 박쥐보다 훨씬 부정확하다.
탱고가 내 발치에 엎드렸다. 성당 바닥은 차갑고 탱고는 여름에 차가운 바닥을 좋아한다.
오르간 연주가 시작됐다.
파헬벨이었다. 그 유명한 카논.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결혼식에서도 나오고 광고에서도 나오고 휴대폰 벨소리로도 나온다.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곡. 나도 그랬다.
그런데 성당에서 파이프오르간으로 들으니 완전히 다른 곡이었다.
낮은 음이 먼저 왔다. 그 음이 바닥을 타고 내 발바닥까지 왔다. 그다음에 선율이 시작됐다. 그리고 몇 마디 뒤에 같은 선율이 다시 시작됐다. 먼저 간 선율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두 개가 겹쳤다.
그리고 또 하나가 들어왔다.
세 개가 동시에 흘렀다. 같은 선율인데 시차가 있어서 서로 다른 자리에 있었다. 같은 것이 자기 자신과 만나고 있었다.
나는 소름이 돋았다.
[제3성부]
보보가 도착한 건 곡이 절반쯤 지났을 때였다.
옆자리에 앉는 기척이 났다. 향수 냄새로 알았다. 보보는 오래된 향수를 하나만 쓴다. 십 년째 같은 걸 쓴다.
"늦었어." 보보가 아주 작게 말했다.
"괜찮아."
"뭐 하고 있었어?"
"카논 들었어."
"아직 하고 있잖아."
"응. 근데 자기가 지금 들어온 게 카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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