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들안길 상가 3층의 헬스장은 오후 7시가 넘으면 지옥이 된다.
퇴근한 온라인 게임인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러닝머신을 점령하고 덤벨 랙 앞에서 순번을 다투는 시간. 에어컨은 최대로 돌아가지만 스물 몇 명이 뿜어내는 열기를 감당하지 못해 실내는 늘 미지근한 습기로 가득했다. 고무 매트 냄새와 소독약 냄새 그리고 누군가의 스포츠 타월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냄새가 뒤엉켜 공기를 두껍게 만들었다.
트레이너 동혁은 그 두꺼운 공기 속에서 오늘도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곤란해하고 있었다.
동혁의 초능력은 이 하향 평준화 슬롯가 피트니스 업계 종사자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우스꽝스럽고 잔인한 형벌이었다. 사람이 최근에 먹은 음식이 그 사람의 몸 위에 반투명한 환영으로 떠오르는 능력. 정확히는 어깨 언저리에 둥둥 떠서 천천히 회전했다.
처음 능력이 발현됐을 때 동혁은 진심으로 신께 감사했다. 회원들의 식단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는 최고의 트레이너가 되리라고 확신했다.
착각이었다.
문제는 이 능력에 끄기 버튼이 없다는 것이었다.
"쌤 저 이번 주 진짜 열심히 했어요. 닭가슴살이랑 고구마만 먹었어요."
40대 회원 미경이 스쾃 랙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녀의 오른쪽 어깨 위에는 족발 한 접시가 반투명하게 떠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왼쪽 어깨 위에는 맥주 500cc가 있었다. 정수리 근처에는 막국수가 사리째 떠 있었다.
"아 네. 좋으시네요."
동혁은 시선을 미경의 눈에서 떼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족발 접시가 회전하면서 앞발과 뒷발이 번갈아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데 왜 살이 안 빠질까요. 진짜 억울해요."
"음. 그러게요."
"제가 체질이 좀 특이한가 봐요. 물만 마셔도 찐다니까요."
동혁은 대답 대신 스쾃 자세를 교정해줬다. 미경의 어깨 위에서 족발이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이것이 동혁의 일상이었다.
헬스장은 대한민국에서 거짓말 밀도가 가장 높은 공간이었다. 병원에서는 아픈 데를 숨기지 않고 미용실에서는 원하는 머리를 숨기지 않는데 헬스장에서는 전 국민이 자기가 먹은 걸 숨겼다. 그것도 아주 성실하게 숨겼다.
동혁은 3년간의 관찰을 통해 몇 가지 법칙을 정리했다.
첫째. "샐러드만 먹었어요"라고 말하는 회원의 어깨 위에는 반드시 탄수화물이 떠 있다.
둘째. 어깨 위 환영의 크기는 죄바카라감에 비례한다. 아무 생각 없이 먹은 음식은 작고 흐릿하게 떠 있지만 먹으면서 자바카라한 음식은 크고 선명했다. 어제 새벽 3시에 몰래 먹은 치킨은 실물 크기로 뜬다.
셋째. 정말 식단을 지킨 회원은 자기가 뭘 먹었는지 굳이 말하지 않는다.
넷째. 그리고 이게 제일 슬픈 법칙인데 아무것도 안 떠 있는 회원이 제일 걱정된다.
오후 7시 30분. 러닝머신 구역은 이미 만석이었다.
동혁은 워터쿨러 옆에 서서 회원들을 훑었다. 훑고 싶어서 훑는 게 아니었다. 눈을 뜨면 그냥 보였다.
3번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20대 남성 회원의 어깨 위에는 마라탕이 대접째 떠 있었다. 국물이 찰랑거렸고 안에 든 건더기까지 선명했다. 옥수수면과 분모자와 새우완자. 국물 색이 진한 걸 보니 3단계였다.
5번 러닝머신의 여성 회원 어깨 위에는 아이스크림 콘이 2개 나란히 떠 있었다. 하나는 초코 하나는 딸기. 2개를 동시에 먹었는지 시간차로 먹었는지까지는 능력으로 알 수 없었다. 동혁은 그게 항상 궁금했다.
레그프레스 앞에 앉아 있는 50대 남성 회원의 정수리 위로는 소주 3병이 떠 있었다. 병 3개가 삼각형 대형으로 천천히 돌았다. 어제 회식이었던 모양이었다.
가장 압권은 스트레칭 매트에 앉아 있는 20대 커플이었다. 두 사람 어깨 위에 똑같은 양념치킨 한 마리가 반반씩 떠 있었다. 남자 쪽에 다리와 날개가 여자 쪽에 가슴살과 목이 있었다. 부위 분배까지 완벽하게 시각화되는 능력이 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지 동혁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동혁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눈을 감았다.
소용없었다. 눈을 감아도 보였다. 이 능력의 진짜 잔인한 점은 시각이 아니라 인식이라는 데 있었다. 그냥 알아버리는 것이었다.
"쌤!"
미경이 스쾃을 마치고 다가왔다. 족발이 여전히 회전 중이었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제가 회식을 좀 자주 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회식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건 안 치죠."
"뭐가 안 치는데요."
"칼로리요."
동혁은 잠깐 침묵했다.
"미경 님. 회식 음식은 회식이라는 걸 모릅니다."
"네."
"족발도 자기가 회식 자리에 왔다는 걸 몰라요. 그냥 족발이에요."
미경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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