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사람 자리를 없애는 일이다.
물론 명함에는 그렇게 안 적혀 있다. 무인 솔루션 설치 기사. 키오스크를 놓고, 카드 단말기를 달고, 천장에 카메라를 박고, 잠금장치를 원격으로 연결한다. 그러면 그 가게는 무인이 된다. 하루면 된다. 사람이 서 있던 자리 하나가 하루 만에 사라진다.
이 일을 십 년 가까이 했다. 처음엔 셀프 주유소부터였다. 그다음이 빨래방, 아이스크림, 사진관, 스터디카페, 노래방, 세차장. 요즘은 정육점이랑 꽃집도 한다. 사람이 있던 자리치고 내가 안 가 본 데가 별로 없다. 나는 이 도시가 비어 가는 순서를 안다. 순서대로 내가 갔으니까.
이 일을 하게 된 건 딱히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전기 쪽 자격증이 하나 있었고, 마침 사람 구한다는 데가 이 회사였다. 그때만 해도 무인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처음 몇 년은 일감이 뜸했다. 요즘은 주말도 없다. 회사는 해마다 커진다. 사람 없애 주는 회사가 커지려면, 세상에 없앨 사람이 그만큼 많아야 한다. 나는 그 계산을 별로 오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제일 오래 걸리는 건 기계 설치가 아니다. 계산대를 뜯는 거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면 처음엔 잘 안 돈다. 오래 박혀 있던 나사는 자기가 거기 있어야 하는 줄 안다. 힘을 주면 끼익 소리를 내면서 돈다. 그 소리가 나는 좀 싫다. 나사가 다 풀리면 상판은 의외로 가볍다. 이십 년을 버틴 것치고 너무 가볍다. 뜯어 놓고 보면 그냥 합판이다.
오래된 가게일수록 계산대가 단단하다. 이십 년, 삼십 년 그 자리에 있던 것들. 나무 상판이 사람 허리께 높이로 반들반들하다. 팔꿈치가 닿던 자리만 색이 옅다. 그런 걸 뜯으면 밑에서 별게 다 나온다. 굴러 들어간 동전, 볼펜, 명함, 언제 적인지 모를 사탕. 한번은 아이 사진이 나왔다. 계산대 안쪽에 테이프로 붙여 놓은 거였다. 손님한테는 안 보이고 주인한테만 보이는 자리에.
나는 그런 걸 봐도 그냥 뜯는다. 뜯어서 실어 낸다. 그게 내 일이니까. 사진은 주인한테 돌려준다. 주인들은 대개 아무 말 없이 받는다.
뜯어낸 자리에는 바닥이 드러난다. 계산대가 서 있던 자리만 색이 다르다. 장판이 안 닳아서. 사람이 서 있던 자리는 바닥이 오히려 깨끗하다. 그 네모난 자국 위에 나는 키오스크를 놓는다. 키오스크는 계산대보다 훨씬 작다. 그래서 그 네모의 절반쯤은 그냥 빈다. 청소하는 사람이 몇 달만 지나면 그 자국도 안 보이게 될 거다.
사장들은 대체로 안 미안해한다. 미안해할 일이 아니니까. 사람 하나 쓰면 한 달에 이백이 나간다. 기계는 한 번에 몇백이면 끝이고 열두 달 내내 안 아프다. 계산이 그런데 어쩌겠나. 나 같아도 그런다.
설치가 끝나면 나는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이건 매출 보는 화면이고, 이건 원격 개방이고, 이건 카메라 앱입니다. 사장들은 그중에서 카메라 앱을 제일 열심히 배운다. 어디서든 볼 수 있어요? 네, 어디서든요. 그러면 대개 만족한다. 가게를 안 지켜도 되고, 그러면서 다 볼 수 있으니까. 나는 그 앱을 깔아 주면서 가끔 생각한다. 이 사람은 이제 자기 가게에 안 오겠구나. 오지 않아도 다 볼 수 있으니까. 보는 것과 있는 것은 다른데.
미안해하는 건 오히려 자리를 뺏기는 쪽이었다. 이상하게 그렇다.
몇 해 전에 문구점 하나를 무인으로 바꿨다. 담배랑 복권도 같이 팔던 데였다. 주인이 십이 년을 그 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내가 계산대를 뜯는 동안 그 사람은 옆에 서서 보고 있었다. 나는 땀을 닦으면서 물었다. 여기 원래 사장님이세요? 그 사람은 네, 하고 대답했다. 나는 뭐라고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요즘 이 동네 가게들 다 이렇게 바뀐다고, 편하잖아요, 했다.
그 가게 무인 전환은 저녁에 끝났다. 나는 장비를 챙겨 나오면서 뒤를 돌아봤다. 불이 다 켜진 가게에 사람만 없었다. 문구랑 담배는 그대로 있고, 계산대 자리에 키오스크 한 대만 서 있었다. 낮까지만 해도 사람이 있던 가게가, 몇 시간 만에 사람 없는 가게가 됐다. 나는 그런 걸 수백 번 봤는데도 그날은 유난히 이상했다. 사람 하나 빠졌을 뿐인데 가게가 완전히 다른 데가 돼 있었다.
그 사람은 아무 대답도 안 했다. 편하다는 말에 아무 대답도 안 하는 얼굴이 있다. 나는 그때 그걸 처음 봤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봤다. 그러니까, 그 말은 그 사람한테 편한 게 아니었던 거다. 편한 건 나였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내가 좀 편해지니까.
그 사람은 지금 무인 점포 순회 관리원을 한다고 들었다. 밤에 차 몰고 다니면서 냉동고 채우고 바닥 닦는 일. 계산대 안쪽에 있던 사람이, 계산대가 없는 가게들을 돌본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며칠 좀 그랬다. 내가 뜯은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이, 내가 만든 가게를 밤새 돌본다니.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알게 된 게 있다. 무인 가게는 텅 비는 게 아니라, 다른 게 들어찬다는 거다.
나는 정기 점검을 다닌다. 설치만 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 각도 잡고, 센서 손보고, 단말기 용지 교체하고. 그러다 보면 별걸 다 본다.
어느 무인 빨래방엔 삼 번 건조기만 유난히 오래 돌았다. 고장인가 싶어 봤더니 멀쩡했다. 누가 계속 동전을 넣는 거였다. 이불 한 채를 몇 주째. 나는 동전통을 비우다가 그 이불을 봤다. 솜이 좋은, 오래된 이불이었다. 누가 왜 그러는지 나는 안 물었다. 그 옆에 캐리어를 벤 노인이 자고 있었으니까. 그날 이후로 나는 그 건조기 점검 기록에 이상 없음이라고 썼다. 이상은 없었다. 정말로.
어느 무인 사진관 4번 부스 바닥에는 늘 사진 조각이 수북했다. 나는 그걸 쓸어 담는다. 하루는 전부 같은 사람이었다. 젊은 남자 하나가 매일 혼자 찍고, 네 컷을 전부 버리고 간 거였다. 나는 그걸 쓸면서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이 자기를 버린 걸 치우고 있구나. 그런데 얼마 뒤부터 그 사람 사진이 안 나왔다. 대신 두 사람이 같이 찍힌 조각이 한 장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건 안 쓸고 그냥 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냉동고에서는 접힌 영수증이 나왔다. 뒷면에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나는 안 읽으려다 읽었다. 오늘은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로 시작하는 거였다. 나는 그걸 다시 접어서 원래 자리에 꽂아 뒀다. 그 가게는 얼마 뒤 폐점했다. 매출 부진. 나는 그 가게 철거도 내가 갔다. 냉동고를 뜯고 카메라를 떼면서, 그 영수증 생각이 났다.
어느 무인 노래방 5번 방에는 늘 예약 곡이 하나 남아 있었다. 시스템 점검할 때마다 그랬다. 옛날 노래. 아무도 안 부른 채로. 나는 그걸 지울 수 있었다. 점검 매뉴얼상 예약 목록은 초기화하게 돼 있다. 근데 나는 그것만 안 지웠다. 몇 번을 그냥 뒀다. 언젠가부터 그 밑에 다른 노래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무인텔 일곱 개를 혼자 관리하는 사람도 봤다. 원룸 한 칸에 모니터를 두 대 놓고 백마흔 개 방을 본다. 내가 시스템 손보러 갔더니 그 사람이 물었다. 카메라를 복도 말고 좀 더 넓게 볼 수는 없냐고. 안 됩니다, 객실은 법으로 금지예요, 했다. 그 사람은 알면서도 물어본 얼굴이었다. 나는 그 심정을 좀 알 것 같았다. 뭔가 잘못됐을 때 자기가 볼 수 있는 게 복도뿐이라는 걸, 그 사람은 이미 겪어 본 모양이었다.
어느 무인 편의점 전자레인지 옆에는 손으로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배고픈 사람 그냥 드세요. 밑에 상자가 있고 삼각김밥이 몇 개 들어 있었다. 나는 물류 채우러 간 거였는데, 그날 내 돈으로 몇 개를 더 사서 상자에 넣었다. 사장이 알면 뭐라고 할까 싶었는데, 어차피 그 사장도 그걸 놔둔 사람이었다.
무인 스터디카페에서는 좌석 센서를 손본 적이 있다. 사장이 그러는데, 14번 자리가 몇 달째 이용 중으로만 떠 있는데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짐만 있고. 나는 센서를 확인했다. 고장이 아니었다. 결제가 살아 있으면 이용 중이 뜨는 게 맞았다. 나는 정상입니다, 라고 적었다. 그게 정상이라는 게 좀 그랬지만, 시스템상으로는 정상이 맞았다. 얼마 뒤 그 자리는 회색으로 바뀌었다. 그때도 나는 아무것도 안 물었다.
나는 사람을 없애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없앤 자리마다 사람이 뭘 자꾸 두고 간다. 동전, 이불, 사진, 쪽지, 예약 곡, 삼각김밥.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 이득도 없는 것들. 무인 가게는 그런 걸 세지 않는다. 매출도 아니고 손실도 아니니까. 시스템에는 안 잡힌다. 잡히는 건 나뿐이다. 밤에 혼자 점검하러 들어간 나 같은 사람.
집에 가면 나도 별수 없다. 배달 앱으로 시키고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한다. 벨은 누르지 말라고 적는다. 요즘 나는 며칠씩 사람 목소리를 안 듣기도 한다. 아내는 몇 해 전에 갈라섰고, 애는 저쪽에 있다. 나는 사람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퇴근하면 사람 없는 집으로 간다. 어떻게 보면 나만큼 내 상품을 성실하게 쓰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요즘 나는 좀 이상한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내가 진짜로 하는 일은 사람을 없애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나는 카운터를 없앴을 뿐이다. 사람은 안 없어졌다. 없어진 건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서던 자리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그걸 다른 데로 옮겼다. 냉동고 안쪽, 건조기 속, 부스 바닥, 예약 목록, 종이 상자. 마주 보지 않고도 닿을 수 있는 자리로.
그게 더 나은 건지는 모르겠다. 아마 아닐 거다. 얼굴 보고 인사하는 게 나은 게 당연하지. 근데 세상이 이미 이렇게 됐고, 이렇게 된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뭘 두고 간다. 나는 그게 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문을 다 닫아 놓으면, 사람들은 문틈으로 뭘 밀어 넣는다.
지난달엔 우리 회사가 새 상품을 내놨다. 무인 상담 시스템이라고. 사람 상담원 대신 자동응답이 다 처리하는 거다. 나는 그것도 설치하러 다닌다. 이제는 목소리 자리까지 없애는 셈이다. 언젠가는 내 자리도 없어질 거다. 설치 기사를 대신할 뭔가가 나오겠지. 나는 그날이 오면 별로 억울해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십이 년짜리 계산대를 뜯을 때 그 사람이 짓던 얼굴을, 그때 가서 내가 지을 거다.
그래도 나는 오늘 또 나간다. 오늘은 무인 반찬가게 하나를 새로 연다. 계산대를 뜯고, 키오스크를 놓고, 천장에 카메라를 단다. 카메라 각도를 잡을 때 나는 늘 같은 걸 신경 쓴다. 계산대 자리는 안 비추게. 어차피 없어질 자리라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서서 뭘 두고 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매뉴얼에는 그런 항목이 없다. 이건 내가 혼자 하는 거다.
어차피 아무도 안 본다. 무인이니까. 아무도 안 보는 데서 뭘 하나씩 두고 가는 사람들이, 이 도시엔 생각보다 많다. 나도 그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