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정지

by김경훈

나는 무인의 시대가 낳은 새로운 직업을 갖고 있다. 이름은 없다. 명함도 없다. 근데 밥은 먹고산다. 요즘 세상에 그 정도면 성공한 축이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세상이 사람을 다 치웠다. 편의점에서, 카페에서, 세차장에서, 노래방에서. 사람 쓰는 게 아까워서. 사람은 실수하고, 아프고, 대들고, 월급 달라고 하니까. 그래서 다 기계로 바꿨다. 기계는 실수 안 하고, 안 아프고, 안 대든다. 근데 기계한테는 딱 하나 없는 게 있다. 눈치. 기계는 눈치가 없다. 나는 그 눈치 없음을 먹고산다.


나는 기계의 빈틈을 안다. 어느 무인 세탁소가 동전을 먹고 딴청을 부리는지, 어느 무인 카페 키오스크가 쿠폰을 두 번 세는지, 어느 무인 반찬가게 계산이 허술한지. 자세히는 안 밝히겠다. 이건 내 밥줄이니까. 아무튼 사람이 있으면 절대 못 할 짓을, 사람이 없으니까 한다. 사람 눈은 무섭지만 카메라 눈은 안 무섭다. 카메라는 보기만 하지 쫓아오지 않으니까.


도둑이라고? 글쎄. 나는 사람 걸 훔친 적이 없다. 나는 기계를 상대한다. 기계는 감정이 없으니 상처받지도 않는다. 내가 무인 가게에서 만 원어치 이득을 봐도, 우는 사람은 없다. 사장은 어디 먼 데서 숫자만 본다. 숫자가 조금 줄 뿐이다. 나는 그 숫자의 오차 범위 안에서 산다. 오차 범위. 그게 내 주소다.


어쩌다 이 짓을 시작했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나도 원래는 남들처럼 어디 붙어서 일했다. 근데 그 자리가 없어졌다. 기계로 바뀌었다. 나를 자른 게 기계였다. 그래서 나는 기계한테서 도로 받아 낸다고 생각한다. 복수라기엔 좀스럽고, 생계라기엔 떳떳하지 못하고, 그 사이 어디쯤이다. 세상이 나를 오차 범위로 만들었으니, 나도 오차 범위로 산다. 피장파장이다.


요즘은 벌이가 괜찮다. 무인 가게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니까. 사람들은 무인이 편해서 좋다는데, 나한테는 무인이 늘수록 사냥터가 넓어지는 거다. 나는 도시가 사람을 치울수록 부자가 된다. 웃기는 일이다. 세상은 사람을 없애면서, 나 같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


무인은 진화한다. 처음엔 아이스크림하고 빨래방이더니, 이제는 별게 다 무인이다. 무인 카페, 무인 스터디카페, 무인 사진관, 무인 노래방, 무인 헬스장, 무인 꽃집, 심지어 무인 정육점까지 봤다. 고기를 사람 없이 판다. 나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감탄한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안 보고 싶어 했구나. 계산할 때 눈 한 번 안 마주치려고, 이 난리를 쳤구나. 그 마음을 나는 좀 안다. 나도 사람 눈이 싫어서 이 바닥에 온 거니까. 그런 점에서 나랑 이 도시는 잘 맞았다.


지난주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재미를 좀 봤다. 카드 단말기가 먹통인 걸 발견했다. 결제가 안 되는데 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며칠 동안 거기서 공짜로 배를 채웠다. 근데 양심은 있어서, 매일 딱 하나씩만 먹었다. 티 나면 안 되니까. 욕심은 금물이다. 이 바닥에서 오래 살려면 티 안 나게, 오차 범위 안에서. 나는 그게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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