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다단계 판매 조직 리더
나이 39세
성별 남자
특징 안 넘어올 사람도 넘어오게 한다
1.
사람을 넘어오게 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안다. 순서를 지키면 안 넘어올 사람이 없다는 걸. 먼저 그 사람의 절박함을 찾는다.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안 넘어온다. 형편이 넉넉하고 마음이 편한 사람한테는 아무리 좋은 기회를 들이밀어도 소용없다. 넘어오는 건 늘 벼랑 끝에 선 사람이다. 얼마 전 온라인 게임을 잃은 사람 퇴직금을 손에 쥔 사람 빚에 쫓기는 젊은 사람 남편 사업이 망한 주부. 나는 그 벼랑 끝을 한눈에 알아본다. 눈빛만 봐도 안다. 저 사람은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구나. 그 지푸라기가 바로 나다. 나는 십오 년 동안 그 지푸라기 노릇을 했다.
나는 다단계 조직의 리더다. 사람들은 우리를 사기꾼이라 부르고 폰지라 부르고 인생 망치는 놈들이라 부른다. 하지만 한번 우리 사업 설명회에 와보시라. 나는 거기서 사기를 치지 않는다. 나는 희망을 판다.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한 사람한테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유일한 사람이 나다. 은행은 신용 없는 사람한테 돈을 안 빌려주고 회사는 나이 많은 사람을 안 뽑는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들한테 기회를 준다. 나를 믿고 따라오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세상에 절박한 사람 등쳐 먹고사는 직업이 한둘인가. 대부업도 복권도 코인 파는 놈들도 다 그렇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뜨겁게 손을 잡아주는 사람일 뿐이다.
내가 파는 건 건강식품이고 화장품이다. 하지만 진짜 상품은 그게 아니다. 진짜 상품은 꿈이다. 벤츠를 타고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는 나 같은 사람을 보여주는 것. 당신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 물건은 창고에 쌓여도 상관없다. 어차피 돈은 물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사람한테서 나오니까. 나는 그걸 안다. 알면서도 안 그런 척했다. 이건 사기가 아니라 사업이라고. 나는 그 말을 천 번쯤 했다. 천 번쯤 하니까 나도 그 말을 믿게 됐다. 믿어야 팔 수 있으니까. 자기가 먼저 속아야 남을 속일 수 있다.
이 일의 무서운 점이 거기 있다.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진심이었다. 무대에 올라 여러분도 성공할 수 있다고 외칠 때 내 눈에는 진짜로 눈물이 고였다. 나는 그 순간 정말로 그렇게 믿었다. 그 진심이 사람을 넘어오게 한다. 연기하는 사람은 티가 나지만 진짜로 믿는 사람은 티가 안 난다. 나는 나를 먼저 세뇌하고 그 세뇌된 얼굴로 남을 세뇌했다. 그러니 내가 파는 희망은 가짜였지만 내가 그걸 파는 마음은 진짜였다. 그게 이 바닥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는 이유였다. 나는 남을 속이기 전에 나를 먼저 완벽하게 속인 사람이었다.
2.
나도 처음엔 벼랑 끝에 선 사람이었다.
십오 년 전 나는 스물넷이었고 빚이 있었고 갈 데가 없었다. 그때 한 형이 나를 붙잡았다. 내 업라인이 된 그 사람이다. 그는 나를 좋은 식당에 데려가 밥을 사줬고 내 이야기를 몇 시간이나 들어줬다. 세상 누구도 내 이야기를 그렇게 들어준 적이 없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너 같은 애가 왜 이러고 사냐. 너는 될 놈이야. 이런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아. 나는 그 말에 울었다. 그날 나는 남은 돈을 다 털어 물건을 샀다. 그리고 그 형을 신처럼 믿고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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