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 제3조
사람은 평생에 한 번 물릴 수 있다.
선택 하나다. 딱 하나. 결혼이든 전공이든 이민이든 사표든 상관없다. 물리면 그 선택은 없던 게 된다. 서류에서 지워지고 사람들 기억에서도 지워진다.
기억하는 사람은 본인 하나다.
그래서 반품한 사람들은 대개 조용하다. 자기 혼자 기억하는 걸 자꾸 말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니까.
반품국은 대구 북구 산격동 시청 별관 삼층에 있다. 정식 명칭은 선택정정심사국인데 아무도 그렇게 안 부른다.
창구는 여섯 개고 그중 삼 번 창구가 접수다.
작년 반려율이 팔십칠 퍼센트다.
그러니까 열 명이 사유서를 내면 아홉 명이 퇴짜를 맞는다는 뜻이다. 아홉 명은 반품을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자기 인생을 그대로 안고서.
반품국 대기실 의자는 딱딱하다. 일부러 딱딱하게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마음이 바뀐다고. 나는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마음은 엉덩이에서 바뀐다.
대기실에는 번호표 부르는 소리하고 종이 넘기는 소리밖에 안 난다. 다들 자기 사유서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는다. 자기가 쓴 걸 자기가 못 믿는 사람들 특유의 종이 소리가 있다. 손끝이 떨리면 종이가 얇게 운다.
소개팅에서는 이제 이걸 묻는다.
"반품권 있으세요."
"있어요."
"확인서 보여주실 수 있어요."
진짜로 그렇게 한다. 반품권 미사용 확인서는 시청에서 천 원에 뗀다. 요즘 애들은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프로필에 올린다.
취업할 때도 본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대놓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대신 자기소개서에 이런 항목이 있다.
지금까지의 선택 중 정정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서술하시오.
없다고 쓰면 붙고 있다고 쓰면 떨어진다. 다들 없다고 쓴다. 이건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거짓말이다.
명절에 큰집에 가면 물어본다.
"너는 아직 안 썼제."
"안 썼습니더."
"잘했다."
안 쓴 게 잘한 게 아니라 못 쓴 것이다. 쓸 만한 게 없어서가 아니라 쓸 용기가 없어서다. 그런데 다들 그걸 아낀 걸로 친다. 아낀다는 말은 좋은 말이다. 아낀다는 건 어딘가에 쌓인다는 뜻이니까.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 쌓인다. 그냥 늙을 뿐이다.
내 사무실은 시청 별관 건너편이다. 일층 부동산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이층이다. 문에는 아무것도 안 붙여놨다. 붙일 수가 없다. 이 일은 불법은 아닌데 합법도 아니다. 세상에는 그런 게 많다. 그런 것들이 제일 돈이 된다.
나는 반품 사유서를 대신 써준다.
수수료는 삼백이다. 통과하면 삼백을 더 받는다. 통과율은 육십 퍼센트다.
세상 반려율이 팔십칠인데 내 통과율이 육십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나는 대구에서 제일 잘 쓴다.
내가 잘 쓰는 이유는 하나다.
사람들이 사유서에 후회를 쓰기 때문이다.
후회는 반려된다.
이건 심사 지침 이 조 삼 항에 명시돼 있다. 후회 및 결과에 대한 불만족은 정정 사유로 인정하지 아니한다.
당연한 얘기다. 후회를 사유로 받아주기 시작하면 온 국민이 다 반품한다. 인생이란 게 대체로 후회니까.
그럼 뭘 써야 통과되는가.
이거다.
그 선택은 애초에 내 선택이 아니었다.
강요. 기망. 정보 부족.
이 세 가지만 통과된다. 이 세 가지가 전부다. 내가 십일 년 동안 알아낸 게 이게 전부고 나는 이 문장을 삼백만 원에 판다.
첫 손님은 서른아홉이었다.
들어오면서 소파에 앉는데 앉는 소리가 무거웠다. 몸이 무거운 게 아니라 오래 앉아본 사람의 소리다. 앉기 전에 한 번 망설이고 앉고 나서 안 움직인다.
"카페를 차렸습니다."
"언제요."
"스물아홉에요. 공무원 시험 접고요."
"망했습니까."
"삼 년 만에요."
"그거는 안 됩니다."
"왜요."
"실패는 사유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잔이 받침에 닿는 소리가 딱딱했다.
"그럼 뭐가 사유입니까."
"누가 시켰습니까."
"아무도 안 시켰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했습니다."
나는 그때 손님한테 물을 한 잔 더 준다. 물을 따르는 동안 손님은 자기 인생을 다시 뒤진다. 물 따르는 시간이 십오 초쯤 되는데 그 십오 초가 삼백만 원짜리다.
십오 초 뒤에 그 사람이 말했다.
"그때 카페 자리를 소개해준 사람이 있긴 합니다."
"누굽니까."
"고등학교 선배입니다. 그 자리가 유동인구가 많다고 했습니다."
"많았습니까."
"공사가 시작돼서 육 개월 만에 골목이 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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