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명도 집행 보조원
나이 45세
성별 남자
특징 어떤 문도 못 연 적이 없다
1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열쇠를 쥔 사람과 열쇠를 빼앗긴 사람.
나는 열쇠를 쥔 쪽에서 일한다. 정확히는 남의 열쇠를 빼앗는 쪽이다. 경매로 넘어간 집에서 사람을 내보내는 게 내 일이다. 낙찰자가 돈을 치르고 집을 샀는데 그 안에 살던 사람이 안 나가겠다고 버티면 나 같은 사람이 간다. 법원 집행관이 입회하고 열쇠공이 문을 따고 인력 몇을 데리고 들어가 짐을 들어낸다. 사람들은 우리를 용역이라 부르고 철거반이라 부르고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뒤에서 짐승 같은 놈들이라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남이 살던 집에서 남을 밀어내고 산다. 남의 마지막 자리를 걷어차고 그 자리를 돈으로 바꾼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이건 이미 끝난 이야기의 뒤처리일 뿐이다. 내가 가는 집은 예외 없이 법원이 이미 판단을 끝낸 집이다. 대출을 못 갚았고 경매에 넘어갔고 새 주인이 정해졌다. 나는 그 판단을 집행할 뿐이다. 판단은 내가 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문을 열 뿐이다. 세상에 남의 불행으로 먹고사는 직업이 한둘인가. 은행도 법원도 낙찰받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투자자도 다 그 불행 위에 서 있다. 다만 그들은 서류 뒤에 숨고 나는 현장에 선다. 우는 사람 앞에 실제로 서는 건 나 하나뿐이다. 그래서 욕도 나 혼자 먹는다.
이 일의 원칙은 하나다. 봐주지 않는 것. 한 집을 봐주기 시작하면 다음 집도 봐줘야 하고 그러면 이 일은 무너진다. 사정없는 집이 어디 있나. 다 딱하다. 노인도 있고 아이도 있고 병자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정을 안 본다. 문서에 적힌 호수와 날짜만 본다. 십칠 년을 그렇게 했다. 십칠 년 동안 내가 못 연 문은 없었다. 어떤 문도 결국 열린다. 아무리 안에서 걸어 잠그고 못을 박고 울고불고해도 문은 열린다. 그게 내 자부심이었다.
동료들은 집행이 끝나면 술을 마셨다. 오늘 그 집 할머니가 어떻더라 그 집 애가 어떻더라 하며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나는 그런 술자리에 안 갔다. 마음이 안 좋다는 건 사정을 봤다는 뜻이다. 사정을 보면 다음이 흔들린다. 나는 집행이 끝나면 그 집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호수도 얼굴도 울음소리도 다 지웠다. 그렇게 지워야 다음 집 문 앞에 설 수 있었다. 나는 내가 문을 여는 기계라고 생각했다. 기계는 딱한 걸 모른다. 딱한 걸 모르는 기계라서 나는 이 바닥에서 제일 험한 문을 다 열 수 있었다. 그 무감각이 내 실력이었고 내 밥이었다.
2
내가 속한 곳은 법무사 사무실을 낀 명도 전문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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