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서는 안 되는 것이 열릴 때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이 있다.
직접 가볼 수 없는 곳, 만져볼 수 없는 것, 존재는 알지만 감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대상. 그럴 때 남은 방법은 다른 사람들의 감각을 빌리는 것이다. 북극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남긴 기록들을 모아보면 이렇다. 풀 냄새, 토탄 향 나는 스카치 위스키, 발 고린내, 소나무 숲에서 걷다가 똥더미에 엎어진 것, 창고 깊숙이 보관했다가 처음 꺼낸 눅눅한 텐트, 오래 묵은 고급 치즈, 퇴비 더미, 금속성 먼지. 그리고 한 과학자는 메이플 시럽과 꽃향기가 바닥에 깔려 있다고도 했다.
이것은 영구동토층이 녹는 냄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야 할 것에서 나는 냄새다. 영구동토층은 항상 얼어 있어야 하고, 얼어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풀려나오지 않는다. 냄새가 난다는 것 자체가 이상 신호다.
영구동토층은 북반구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 아래에는 수만 년에 걸쳐 쌓인 것들이 봉인되어 있다. 북극의 동식물은 죽어도 분해되지 않는다.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오고, 주검은 얼어붙은 채 눈 아래 묻힌다. 그렇게 해마다 층층이 쌓이며 하층으로 밀려 내려간다. 이 과정이 수만 년 동안 반복됐다. 결과적으로 영구동토층 아래에는 현재 지구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량의 두 배에 달하는 탄소가 갇혀 있다.
지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이미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두 배가 봉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봉인이 녹고 있다.
수만 년 치의 축적이 한꺼번에 열리는 상황을 상상하는 건 쉽지 않다. 숫자로 표현하면 현실감이 떨어진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모든 것의 두 배가, 우리가 아직 열지 않은 서랍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서랍이 저절로 열리고 있다.
그런데 영구동토층이 뱉어내는 건 탄소만이 아니다.
거의 박멸된 것으로 알려진 병원균들이 함께 나온다. 천연두, 탄저, 스페인 독감, 페스트. 극저온에서 얼어붙어 있던 고대 미생물들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풀려나기 시작한다. 따뜻한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 분해가 새롭게 시작되고, 수천 년 동안 갇혀 있던 것들이 다시 살아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