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가 물에 떨어지는 그 찰나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소리로 방천시장에 도착했다.
엄밀히는 보보가 운전해서 도착했고, 탱고가 앞장서서 걸어 들어왔지만, 내가 이 공간에 도착했다고 느끼는 건 소리가 바뀌는 순간이다. 도로 소음이 줄고, 사람 목소리가 늘고, 어딘가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고, 그 위에 음악이 얹힌다.
오늘 음악은 김광석이었다.
서른 즈음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건지 누군가 버스킹을 하는 건지 처음엔 몰랐다. 생음악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기타 소리가 선명해졌다. 사람 목소리도. 잘 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잘 어울렸다. 방천시장 골목과, 오후의 공기와, 시장 냄새와.
간섭이 이런 거겠구나, 싶었다.
방천시장은 원래 싸전이었다.
1960년대에는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세를 탔고, 한때는 점포 수 1,000개가 넘는 대구의 대표 재래시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슬럼화됐고, 2010년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통해 350미터 구간에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김광석이 이 동네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가수 김광석이 태어나 다섯 살까지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살았다는 것에서 기초한 거리가 됐다.
싸전이 벽화 거리가 됐다.
쌀 냄새가 나던 골목에 기타 소리가 깔렸다.
이게 간섭이다. 두 개의 파동이 만나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을 만들어내는.
"자기야," 보보가 말했다. "저기 벽화에 악보가 그려져있어."
"무슨 곡?"
"이등병의 편지."
나는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볼 수 없는 방향으로. 그러나 그쪽에서 버스킹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이등병의 편지는 아니고 아직 서른 즈음에였다. 보컬이 조금 흔들렸다. 흔들리는 게 오히려 이 골목에 맞았다.
탱고가 멈췄다.
탱고가 이유 없이 멈추는 경우는 두 가지다. 장애물이 있거나, 냄새가 특별하거나. 지금은 후자였다. 탱고가 코를 들고 공기를 읽고 있었다. 이 골목의 냄새가 복잡했다. 시장 냄새, 기름 냄새, 페인트 냄새, 사람 냄새. 층층이 쌓인 냄새들이 서로 간섭하고 있었다.
버스킹을 하는 청년 앞에 사람들이 서너 명 서있었다.
우리도 잠깐 멈췄다. 나는 소리로 들었고, 보보는 눈으로 봤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노래가 끝났다. 박수 소리가 났다. 탱고가 그 소리에 귀를 쫑긋했다.
"감사합니다." 청년 목소리였다. 이십대 초중반쯤. "저 여기서 매주 토요일마다 해요. 혹시 신청곡 있으세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요." 내가 말했다.
옆에서 보보가 작게 웃었다. 내가 노래 제목을 즉시 댔다는 게 웃긴 거겠지. 나는 김광석 노래를 꽤 안다. 스크린리더로 공부하다가 지칠 때 듣는 음악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목소리가 텍스트처럼 선명해서인지도.
청년이 기타 줄을 고르는 소리가 났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시작됐다.
탱고가 그 자리에서 엎드렸다. 여기 있겠다는 뜻이다.
노래를 들으면서 보보가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자기야, 저 청년이 간섭이야."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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