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에는 두 종류의 조용함이 있다.
할 말이 없어서 조용한 것과,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조용한 것. 바이레도의 베티버는 완벽하게 후자다.
연구실 창문을 열었다가, 문득 오늘의 면담 상대가 떠올랐다. 바이레도 베티버. 병 자체도 조용하다. 과장 없는 직사각형 유리병에, 라벨에 쓰인 건 그냥 'Vetyver.' 설명도 수식도 없다. 베티버가 뭔지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는 거다.
연구자: 이름이 참 단순합니다.
베티버: 향 자체가 이름이니까요. 더 설명이 필요한 사람은 아직 맡아본 적 없는 거고, 한번이라도 맡아본 사람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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