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티크 템포

by김경훈

[향수 설명]

템포는 딥티크가 브랜드 창립 오십 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향수이다.

천구백육십년대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었던 패출리 향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재해석했다.

흙냄새와 이끼 냄새가 주를 이루지만 텁텁하거나 무겁지 않고 맑고 신비로운 숲의 기운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노트 구성]

딥티크 템포는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추출한 패출리가 중심을 잡고 있다.

탑 노트에서는 마테차와 클라리 세이지가 아주 쌉싸름하고 시원한 풀잎 향을 내뿜는다.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로 갈수록 메인 재료인 패출리가 은은한 제비꽃 향기와 섞이며 깊고 축축한 흙냄새를 만들어낸다.

잔향은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나무 뿌리의 냄새로 길게 이어진다.



[전체적인 리뷰]

비 온 뒤의 깊은 숲 속이나 이끼가 잔뜩 낀 오래된 사원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신비로운 향기이다.

흙냄새와 풀내음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찬사를 받지만 패출리 특유의 한약재 냄새나 지하실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향수이기도 하다.



[비 온 뒤의 숲 속에서 만난 짙은 흙의 위로 딥티크 템포]


따뜻한 오월의 대구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서재에는 차분하고 서늘한 침묵이 흐른다.

슈퍼 시더의 건조한 연필 냄새를 떠나보내고 오늘 새롭게 맞이한 손님은 딥티크의 템포이다.

이 향수는 도시의 소음이나 화려한 꽃향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거대하고 축축한 원시림의 입김을 방 안 가득 불어넣는다.

첫인상은 아주 쌉싸름하고 알싸하다.

마테차와 세이지가 빚어내는 초록색 풀내음이 마치 비를 잔뜩 맞은 들풀을 손으로 짓이겼을 때 나는 야생의 생명력처럼 코끝을 강하게 자극한다.


[감각 사진]

굵은 빗방울이 지나간 깊은 숲 속 아주 짙은 초록색 이끼가 덮인 거대한 나무뿌리 곁으로 축축한 흙냄새와 서늘한 안개가 묵직하게 피어오르는 장엄하고 고요한 풍경.


이 묵직한 흙냄새는 단순한 방향제가 아니라 마음의 바닥까지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깊은 명상의 도구와 같다.


패출리라는 재료는 자칫하면 오래된 한약방이나 눅눅한 지하실을 연상시키기 쉽다.

하지만 템포는 제비꽃의 파우더리한 질감을 교묘하게 섞어 넣어 흙냄새를 아주 우아하고 부드럽고 포근한 살냄새로 탈바꿈시킨다.

논문을 다듬으며 예민해졌던 신경이 이 깊고 서늘한 숲의 향기 덕분에 거짓말처럼 평온해진다.

곁에서 잠들어 있는 안내견 탱고도 이 자연의 냄새가 싫지 않은지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한결 더 편안하게 들린다.

보보와 함께 조용한 주말 오후를 보낼 때 이 향기를 걸친다면 거실 전체가 평화로운 수목원으로 변할 것만 같다.

결론적으로 템포는 복잡한 인공의 향에 지친 이들에게 대자연이 건네는 아주 축축하고 묵직한 위로이다.

가볍게 뿌리고 나들이를 가기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으로 깊숙이 침전하고 싶은 날 완벽한 동반자가 되어줄 훌륭한 흙냄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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