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안에 있는 존재한테 왜 아무도 묻지 않는가에 대하여
우리 집 근처에 온도라는 카페가 있다.
이름이 온도인 이유를 사장님한테 물어봤더니, "커피도 온도가 중요하고, 사람도 온도가 중요하잖아요" 라고 했다. 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온도를 모르면 죽는 사람 이야기도 알고 있고, 온도를 재지 않아도 손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 카페 이름이 남다르게 읽혔다.
사장님 이름은 재석 씨다. 마흔둘, 전직 회사원, 번아웃 이후 카페를 차린 사람. 탱고를 처음 봤을 때 쭈뼛거리지 않고 바로 "안녕, 멋있다" 라고 했다. 우리가 단골이 된 건 그날부터였다.
이 카페에서는 탱고가 들어올 수 있다. 재석 씨가 처음부터 "안내견은 당연히 되죠" 라고 했다. 당연하다는 말을 당연하게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재석 씨가 좋다.
그날은 화요일 오후였다.
보보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카페로 왔다. 나는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탱고 물그릇 하나. 재석 씨는 탱고 전용 물그릇을 따로 챙겨둔다. 스테인리스 재질로.
"왔어, 자기야."
"응, 오래 기다렸어?"
"아니. 보이스오버가 바카라 읽어줘서."
보보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앉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오늘 수업에서 학생이 나한테 물어보는데, 진짜 황당한 질문이었어."
"뭐래."
"칸트가 현대에 살았으면 SNS 했을 것 같냐고."
나는 잠깐 생각했다.
"했을 것 같은데. 정언명령을 스레드로 올리고, 댓글로 논박하는 사람들한테 일일이 반박하고."
"맞아, 팔로워는 엄청 많은데 아무도 내용을 안 읽는 유형이 될 것 같아."
카운터에서 재석 씨가 픽 웃는 소리가 들렸다.
"사장님도 철학 아세요?" 보보가 물었다.
"조금요. 회사 다닐 때 출퇴근하면서 팟캐스트로 들었어요. 그때 슈뢰딩거도 들었던 것 같은데."
"오, 슈뢰딩거요?" 내가 말했다. "저 오늘 그거 읽었어요."
"고양이요?"
"고양이요."
재석 씨가 카운터에서 나와 탱고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탱고는 근무 중에 함부로 쓰다듬어지면 안 된다는 걸 재석 씨도 안다. 그래서 재석 씨는 매번 나한테 먼저 눈짓으로 물어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때 쓰다듬는다. 이 루틴이 완전히 자리잡혔다.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상자 열기 전까지 모른다는 거잖아요." 재석 씨가 말했다.
"맞아요. 근데 고양이 자신은 알고 있다는 거죠." 내가 말했다.
재석 씨가 잠깐 멈췄다.
"그거, 되게 무섭네요."
나는 처음부터 읽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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