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칠성시장 외곽에 자리 잡은 만물 고물상의 오후는 언제나 붉은 녹내와 썩은 합판의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고물상 주인 현우는 기름때가 찌든 목장갑을 벗어 던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발밑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구형 텔레비전과 녹슨 선풍기 부품들이 무질서한 무덤을 이루고 있었다. 현우의 초능력은 이 쇠락한 고물상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면서도 지독하게 철학적인 저주였다. 그는 어지럽게 널브러진 쓰레기 더미를 두 손으로 휘저으면, 아주 잠깐 동안 그것들을 완벽하게 질서 정연한 새 제품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적 같은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질서는 없었다. 열역학 제이 법칙은 잔인할 만큼 정확했다. 현우가 쓰레기 더미의 무질서를 감소시켜 완벽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순간, 그 반작용으로 현우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엔트로피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라디오를 고치면 그의 통장 잔고가 원인 모를 해킹으로 증발했고, 텔레비전을 고치면 삼 년을 만난 연인과의 평화롭던 관계가 하루아침에 파탄 났다. 타인의 쓰레기에 완벽한 질서를 부여할수록 현우의 현실은 통제할 수 없는 끔찍한 혼돈 속으로 처박히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 기적의 능력을 하루에 딱 한 번, 철학적 고뇌를 참을 수 없을 때만 은밀하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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