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 주인의 철학적 마술

by김경훈

대구 북구 칠성시장 외곽에 자리 잡은 만물 고물상의 오후는 언제나 붉은 녹내와 썩은 합판의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고물상 주인 현우는 기름때가 찌든 목장갑을 벗어 던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발밑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구형 텔레비전과 녹슨 선풍기 부품들이 무질서한 무덤을 이루고 있었다. 현우의 초능력은 이 쇠락한 고물상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면서도 지독하게 철학적인 저주였다. 그는 어지럽게 널브러진 쓰레기 더미를 두 손으로 휘저으면, 아주 잠깐 동안 그것들을 완벽하게 질서 정연한 새 제품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적 같은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질서는 없었다. 열역학 제이 법칙은 잔인할 만큼 정확했다. 현우가 쓰레기 더미의 무질서를 감소시켜 완벽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순간, 그 반작용으로 현우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엔트로피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라디오를 고치면 그의 통장 잔고가 원인 모를 해킹으로 증발했고, 텔레비전을 고치면 삼 년을 만난 연인과의 평화롭던 관계가 하루아침에 파탄 났다. 타인의 쓰레기에 완벽한 질서를 부여할수록 현우의 현실은 통제할 수 없는 끔찍한 혼돈 속으로 처박히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 기적의 능력을 하루에 딱 한 번, 철학적 고뇌를 참을 수 없을 때만 은밀하게 사용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경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내견 탱고의 눈으로 길을 보고, 시각장애인 연구자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1,28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0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완벽한 오믈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