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의 부동산과 결벽증 공인중개사

by김경훈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낡은 상가 일층. 정직 부동산의 유리문에는 뿌연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사무실 내부의 공기는 병원 수술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서늘하고 매캐한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다. 십오 년 차 공인중개사 강 소장은 일회용 알코올 솜으로 자신의 바카라상과 마우스를 미친 듯이 박박 닦아내고 있었다. 그의 양손에는 푸른색 라텍스 장갑이 팽팽하게 끼워져 있었고, 입에는 케이에프 구십사 마스크가 단단히 밀착되어 있었다. 타인의 타액이나 미세한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못하는 지독한 결벽증 환자. 그것이 강 소장의 본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은 이 결벽증 환자에게 가장 잔인하고도 구역질 나는 초능력을 하사했다. 강 소장의 능력은 이 하향 평준화된 초능력 슬롯에서도 가장 부동산 친화적이고 위생 관념을 파괴하는 저주였다. 그는 집안의 벽지나 장판을 혓바닥으로 살짝 핥아 맛을 보면, 그 집이 품고 있는 모든 숨겨진 하자들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집의 역사가 미각으로 변환되어 그의 뇌수를 강타하는 것이다.


누수가 있는 집은 썩은 하수구 맛이 났고, 곰팡이가 벽지 안쪽을 장악한 집은 퀴퀴하고 시큼한 상한 치즈 맛이 났다. 층간 소음이 심한 집을 핥으면 혀끝에서 알루미늄 호일을 씹는 듯한 날카롭고 불쾌한 쇳소리의 맛이 느껴졌다. 남의 집 낡은 벽지를 핥아야만 완벽한 중개를 할 수 있는 결벽증 공인중개사. 강 소장은 위장약을 달고 살면서도, 양심을 팔지 않기 위해 매일 자신의 혀를 미지의 세균 구덩이로 던져 넣고 있었다.


딸랑. 유리문에 달린 낡은 종이 울리며 이십 대 후반의 젊은 신혼부부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저기, 안녕하세요. 인터넷 보고 왔는데요. 저희가 예산이 일억 오천밖에 없는데, 수성구 쪽에 깨끗한 투룸 전세가 있을까요?"


잔뜩 위축된 남편의 물음에 강 소장은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브이아이피용 파일 철을 꺼내 들었다.


"예산이 일억 오천이면 수성구에서는 반지하나 옥탑방 겨우 구합니다. 하지만 손님들 운이 좋네요. 오늘 아침에 범어동 쪽에 기가 막힌 급전세가 하나 나왔습니다. 올 수리에 남향, 가격은 딱 일억 오천입니다. 일단 가서 한 번 보시죠."


강 소장의 말에 신혼부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강 소장의 속마음은 편치 않았다. 시세보다 육천만 원이나 싼 전세. 부동산 시장에 이유 없이 싸고 좋은 물건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히 집주인이 급하게 무언가를 숨기고 내놓은 '폭탄'일 확률이 구십구 퍼센트였다. 강 소장은 주머니에 구강 청결제와 위장약 세 알을 챙겨 넣으며 비장하게 사무실을 나섰다.


범어동의 낡은 빌라 삼 층.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부드러운 레몬 향 방향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거실은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실크 벽지로 도배되어 있었고, 바닥은 먼지 하나 없이 윤기가 흘렀다.


"우와, 여보. 집 진짜 예쁘다.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집이 나왔지? 당장 계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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