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은 시각 주방에는 기묘한 마찰음만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현우는 싱크대 앞에 서서 커다란 유리 볼 안에 담긴 달걀을 맹렬하게 휘젓고 있었다. 그의 목에는 주변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해 주는 보스 헤드폰이 걸려 있었고, 싱크대 한쪽에는 탈리스커 십 년 산이 담긴 온더록스 잔이 놓여 있었다. 피트 향이 강렬한 위스키의 스모키한 냄새와 날달걀의 비릿한 냄새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어지럽게 뒤엉켰다.
현우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벌써 두 시간째였다. 달걀 여섯 개는 이미 완벽하게 형체를 잃고 노란색의 점성 있는 액체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현우는 거품기를 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질서는 무질서를 낳고 무질서는 질서를 낳는다. 현우는 머릿속으로 오래된 철학의 문장을 쉴 새 없이 되뇌었다. 무질서를 무한히 확장하다 보면 언젠가 그 혼돈 속에서 최초의 알이 가진 완벽한 질서가 기적처럼 재조립될지도 모른다는 맹목적인 믿음이었다. 그것은 쏟아진 물을 주워 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처절하고도 과학적인 몸부림이었다.
그때 등 뒤에서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 아내 보영이었다. 보영은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주방 입구에 서서 현우의 기괴한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현우야, 지금 새벽 두 시야. 거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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