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중앙도서관 제열람실의 공기는 언제나 덜 마른 캔버스 운동화 냄새와 식어버린 캔 커피의 달착지근한 냄새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문헌정보학과 삼 학년 김지호는 노트북 모니터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마우스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화면에는 정보활용교육 모형 개발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조별 과제 피피티가 띄워져 있었다. 하지만 슬라이드 삼십 장을 꽉 채운 것은 오직 지호 혼자만의 피와 땀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사 학년 복학생 민수 선배는 자료 조사 하나 없이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만 태평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타닥, 타닥. 민수의 손가락이 액정을 때리는 경쾌한 소리가 지호의 고막을 예리하게 긁고 지나갔다.
지호의 초능력은 이 부조리하고 하향 평준화된 세상에서도 가장 현대적이고 굴욕적인 능력이었다. 그는 억울하거나 화가 나서 혈압이 오르면, 정수리의 머리카락 열두 가닥이 빳빳하게 일어서며 고성능 와이파이 안테나로 변신했다. 분노의 수치가 높아질수록 그의 뇌파는 기가급 초고속 무선 인터넷 신호로 변환되어 반경 오십 미터 이내의 모든 스마트 기기에 비밀번호 없는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했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은커녕, 화가 날수록 타인의 통신비만 절약해 주는 통신사 뺨치는 호구 능력이었다. 게다가 분노가 식어 평온해지면 인터넷 연결은 가차 없이 끊어졌다.
선배님, 내일이 당장 발표인데 피피티에 선배님 이름은 빼겠습니다.
지호가 입술을 꽉 깨물며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민수는 게임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코웃음을 쳤다.
에이, 지호야 왜 그래. 내가 요새 취업 준비 때문에 자기소개서 쓰느라 밤을 새워서 그래. 밥 한 번 크게 살 테니까 형 이름 좀 얹어주라. 우리 같은 피를 나눈 학과 선후배 아이가.
뻔뻔하고도 점액질 같은 변명에 지호의 위장이 뒤틀렸다. 취업 준비는 무슨, 어제 피씨방에서 밤새도록 게임 접속해 있던 거 다 봤는데. 지호의 명치끝에서부터 시뻘건 분노의 용암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주먹을 꽉 쥐자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야 이 쓰레기야, 네가 인간이냐.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지호는 마음속으로 수천 번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치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지호의 두피에 찌릿한 정전기가 일더니, 정수리의 머리카락 열두 가닥이 빳빳하게 허공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의 두개골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강력한 주파수가 열람실 전체로 퍼져나갔다.
어, 대박. 도서관 와이파이 갑자기 왜 이렇게 빨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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