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 사기꾼과 로맨스의 늪

by김경훈

대구 동성로의 후미진 재즈 바는 퀴퀴한 지하 냄새와 싸구려 알코올 냄새로 가득했다. 사기꾼 현우는 끈적거리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맞은편에는 오늘의 표적인 보영이 앉아 있었다. 삼십 대 초반의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 보영은 현우가 설계한 가짜 투자 사기에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현우의 목표는 그녀의 마이너스 통장 오천만 원을 뽑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우의 얼굴은 긴장으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초능력은 이 잔인한 하향 평준화 슬롯에서 사기꾼의 밥줄을 끊어놓는 가장 로맨틱하고 끔찍한 저주였기 때문이다.


현우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비눗방울이 쏟아져 나왔다. 사소한 거짓말에는 작은 라벤더 향 방울이 나왔지만, 사기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비눗방울은 오색찬란하게 커졌고 매혹적인 장미꽃 냄새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남의 등골을 빼먹어야 하는 사기꾼이 입을 열 때마다 동화 속 왕자님 같은 특수효과가 터지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보영 씨, 제가 추천하는 이 투자처는 정말 확실합니다. 사실 제가 판교에서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크게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우가 비장한 표정으로 첫 번째 거짓말을 투척했다. 그 순간, 현우의 입술 사이로 영롱한 무지갯빛 비눗방울 세 개가 퐁 퐁 퐁 솟아올랐다. 퀴퀴했던 재즈 바의 공기 속으로 향긋하고 달콤한 프리지아 꽃향기가 확 퍼져 나갔다. 보영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랗게 커졌다. 현우는 당황하며 손을 휘저어 비눗방울을 터뜨리려 했지만, 톡 터진 방울에서 나온 미세한 물방울들이 보영의 코끝에 살포시 내려앉으며 분위기를 묘하게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어머, 현우 씨. 방금 입에서 비눗방울이 나온 거예요. 냄새가 너무 좋아요.


보영이 뺨을 붉히며 황홀한 목소리로 물었다. 현우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내야 하는데, 상대방의 눈빛에 투자에 대한 탐욕 대신 끈적한 호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현우는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더 강력하고 자극적인 거짓말을 던져야 했다. 그는 셔츠 단추를 하나 풀고 최대한 진지한 목소리로 배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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