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토스의 겸손
나는 가끔 내 뇌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색인하고 분류한 거대한 국립중앙도서관이라고 착각한다.
문헌정보학 연구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오만이다.
하지만 에픽테토스 형님은 내 뒤통수를 가볍게 치며 말씀하신다.
인간에게서 뿌리 뽑아야 할 것은 오만과 불신이라고 말이다.
오만은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믿는 것이고, 불신은 상황이 변하니 행복할 수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현명하지 않다.
[감각 사진]
햇살이 잘 드는 슬롯과학대 연구실, 바카라상 위에는 '인생의 완벽한 아키텍처'라고 적힌 두꺼운 노트가 펼쳐져 있다.
그 위로 보보가 다정하게 놓아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잔이 보이고, 공기 중에는 쌉싸름한 차 향기와 오래된 서적의 종이 냄새가 섞여 흐른다.
화면 한쪽에는 경훈이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으며, 그 발치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탱고가 '형, 또 데이터 오류 났지?'라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엎드려 있다.
지적인 고뇌와 평화로운 일상이 묘하게 교차하는 오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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