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이라 불리는 나그네쥐의 기이한 습성에 대해 생각했다.
수천 마리의 레밍이 줄을 지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는 집단 자살 현장.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를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고 미화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이론은 훨씬 더 '정보학적'이고도 비극적이다.
그들의 유전자 속에는 대륙이 갈라지기 전의 '옛날 지도'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각 변동으로 절벽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레밍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업데이트 안 된 내비게이션을 믿고 당당하게 직진을 선택한다.
이건 비극이라기보다 거대한 데이터 오류에 가깝다.
[감각 사진]
거실 한복판, 가구 재배치를 마친 보보가 뿌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 앞에는 평소 소파가 있어야 할 자리에 허공을 더듬으며 당당하게 직진하는 경훈이 보인다.
경훈의 정강이는 새로 옮겨진 육중한 목재 테이블 모서리와 충돌하기 직전의 긴박한 순간이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리트리버 탱고는 입에 '석사 학위증' 대신 개껌을 물고서 "형, 그 지도는 어제 날짜로 만료됐어"라고 말하는 듯한 한심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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