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 사이에서
사람들은 흔히 인간의 감각을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이라는 다섯 가지 바구니에 담으려 한다.
하지만 문헌정보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명백한 분류 오류다.
현대 과학이 인정한 인간의 감각은 14가지에서 무려 20가지에 달한다.
촉각이라는 대분류 안에는 온도감각, 통각, 압각이라는 세부 항목이 정교하게 꽂혀 있다.
눈을 감고도 이마를 짚을 수 있게 하는 고유수용성 감각과 소름 돋게 정확한 시간감각까지 더하면, 인간은 사실 거대한 감각의 도서관 그 자체다.
[감각 사진]
슬롯과학대 연구실 창가 해 질 녘의 노란 햇살이 켜켜이 쌓인 논문 더미 위로 내려앉는다.
보보가 두고 간 따뜻한 코코아 잔에서는 달콤하고 씁쓸한 향기가 피어오르며 온도감각을 자극한다.
경훈은 눈을 감고 손가락 끝으로 정확히 자신의 미간을 짚으며 고유수용성 감각을 테스트하고 있다.
그 옆에서 34kg의 거구 리트리버 탱고는 완벽한 평형감각을 유지하며 요가 매트 위에 널브러져 있다.
공기 중에는 라벤더 향수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지적이면서도 아늑한 연구실의 풍경을 완성한다.
감각은 결코 혼자 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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