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말들의 전쟁터

인도유럽어족과 우리 집 거실의 평화 협정

by김경훈

언어의 뿌리를 찾아 거대한 지도의 먼지를 털어냈다.

이름하여 인도유럽어족.

18세기 말, 캘커타의 판사였던 윌리엄 존스 형님이 산스크리트어와 라틴어, 그리스어가 형제 사이라는 걸 밝혀냈을 때의 그 쾌감은 어땠을까?

13개 언어를 구사하고 28개 언어를 해독했다는 존스 형님 앞에서, 나는 가톨릭 신학을 전공하며 바오로 서간의 자구 하나를 붙잡고 쩔쩔매던 시간들이 떠올라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 언어들의 공통 조상을 썼던 이들은 터키 북부의 전사들이었다고 한다.

남들이 구리나 청동을 만지작거릴 때 철광석을 제련하고 말을 길들여 병거를 끌었던 이 금수저 전사들은, 가는 곳마다 이웃 민족의 언어를 자기네 것으로 갈아치우는 무시무시한 '언어 정복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 오늘날 인류의 절반인 25억 명이 이들의 후손이 남긴 말을 쓰고 있다니, 우리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는 사실 수천 년 전 전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숨어 있는 셈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경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내견 탱고의 눈으로 길을 보고, 시각장애인 연구자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1,28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0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킁킁거림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