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유럽어족과 우리 집 거실의 평화 협정
언어의 뿌리를 찾아 거대한 지도의 먼지를 털어냈다.
이름하여 인도유럽어족.
18세기 말, 캘커타의 판사였던 윌리엄 존스 형님이 산스크리트어와 라틴어, 그리스어가 형제 사이라는 걸 밝혀냈을 때의 그 쾌감은 어땠을까?
13개 언어를 구사하고 28개 언어를 해독했다는 존스 형님 앞에서, 나는 가톨릭 신학을 전공하며 바오로 서간의 자구 하나를 붙잡고 쩔쩔매던 시간들이 떠올라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 언어들의 공통 조상을 썼던 이들은 터키 북부의 전사들이었다고 한다.
남들이 구리나 청동을 만지작거릴 때 철광석을 제련하고 말을 길들여 병거를 끌었던 이 금수저 전사들은, 가는 곳마다 이웃 민족의 언어를 자기네 것으로 갈아치우는 무시무시한 '언어 정복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 오늘날 인류의 절반인 25억 명이 이들의 후손이 남긴 말을 쓰고 있다니, 우리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는 사실 수천 년 전 전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숨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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