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맨날 숙제 타령이야?”
이제 숙제 좀 하자고 가볍게 던진 내 말에 첫째 아이가 던진 한마디. 그 순간 머리카락이 삐쭉 솟구치며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눈이 2배는 커지고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세 줄 패였다.
“뭐? 숙제 타령?”
그게 엄마한테 할 소리니? 이게 내 일이야, 너 일이지? 학생이 숙제하고 공부하는 건 당연한 의무인데, 내가 하도 조르니까 무슨 대단한 인심이라도 쓰듯 해준다는 거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엊그제부터 차곡차곡 쌓여있던 스트레스 영혼까지 끌어 모았다. 그래, 너 오늘 잘 만났다. 네가 지금 얼마나 복에 겨운 줄 몰라서 그러지. 결핍이 없어서 문제야, 결핍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니까 힘든 게 하나도 없지 지금?
그 온실을 만들어 준 게 지금 누군데……
눈이 뒤집혀할 말, 못 할 말을 미사일처럼 쏘아붙인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나는 열 마디, 아니 수만 마디의 폭언을 쏟아낸다. 내가 지금 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건지 말을 하면서도 의문이 들지만, 한 번 터진 내 입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모른다. 그 억만 마디의 잔소리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씩씩거렸다.
오늘도 ‘훈육 실패’다.
며칠 뒤, 또다시 숙제 타령이 시작될 아슬아슬한 타이밍이 찾아왔다.
아이가 또다시 입을 툭 내밀며 볼멘소리를 하려 하자, 내 혈압이 솟구치기 직전 재빨리 스마트폰을 켜고 AI 앱을 실행했다. 그리고 손가락이 안 보이게 상황을 입력했다.
[상황: 초등학생 딸이 숙제하기 싫다며 엄마에게 투정을 부림. 엄마가 화내지 않고 감정을 다스리며 아이가 스스로 바카라상에 앉게 만들 수 있는 다정하고 우아한 대화법을 알려줘.]
화면에 순식간에 차분하고 정돈된, 아주 이상적이고 인격적인 대화 지침이 뜬다. 나는 깊은 숨을 한번 내쉬고, 휴대폰 화면을 눈앞에 둔 채 AI가 적어준 대사를 로봇처럼 무미건조하게 읽어 내려갔다.
“야, 숙제가 많아서 마음에 부담이 컸구나. 엄마도 너처럼 쉬고 싶은 마음 이해해. 하지만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단다. 지금 10분만 집중해 볼까?”
어색하고 낯선, 살아생전 들어본 적 없는 엄마의 ‘품격 있는’ 톤 앤 매너에 아이들이 당황한 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잠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아이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스르륵 자기 바카라상을 펼쳤다.
오늘은 좀 어른스러웠다.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속을 모르겠다. 모르는 건 물어보는 게 맞지. 근데 이쯤 됐으면 이런 것쯤 너끈히 해내야 하지 않는가. 자식도 안 키워 봤을 AI에게 의지하려니 자존심이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