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이 떨어지는 날

by부스러기


별똥별을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올려다본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을 보며 소원을 미처 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진짜 유성이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한여름 밤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떨어질 거라는 소식에 이틀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국에서는 깜깜한 곳을 찾기가 어려워 번번이 실패했지만, 이곳이라면 아주 새까만 밤하늘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오래 사신 분들에게도 물어보고 AI에도 물어본 결과, 집에서 10분 거리의 공원이 적합하다는 답을 얻었다. 낮에 사전 답사 겸 찾아가 지리를 익혀놓고, 밤 11시에 파자마를 입은 채 출동했다.


우리 가족만 있으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순전한 기우였다. 공원으로 들어서는 도로 초입부터 주차하려는 차들로 꼬리를 물었다. 별똥별은 누구에게나 환영이다. 대충 하늘이 가장 많이 보이는 곳에 잔디밭인지 흙길인지 깜깜해서 알 수도 없는 그곳에 돗자리를 펴고 누웠다. 이곳저곳에서 시끌시끌 휴대폰 조명이 켜졌다 꺼졌다. 별똥별 보러 온 팔자 좋은 개들이 컹컹 짖고, 저 멀리 상향등을 켜고 달리는 자동차 불빛이 내 눈을 몇 번이고 찌르고 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아이들은 잠이 들어 버렸다.


밤하늘의 분위기에 취해 내 아련한 소원을 담아 떨어뜨리려 했던 상상은 조금씩 멀어지는 중이었다. 자정이 지나 새벽 1시가 다 되어 가는데, ‘유성우 잔치’라는 말이 무색하게 별은 드물게 떨어졌다. 그것도 고개를 잠시 숙이고 있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동안 놓치기 일쑤였다.


‘아, 소원 빌어야 하는데. 어떤 걸 빌어야 하지?’ 고민하던 바로 그 순간, 이번엔 꽤 긴 꼬리를 그으며 별 하나가 떨어진다. 마침내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건,


“강남아파트!”


뱉어놓고 나도 놀랐다. 내 안에 이런 욕망이 숨어 있었다니. 어우 야, ‘가족 건강’ 같은 걸 말했어야지. 뜨끔했지만, 사실 이게 진짜 나다. 아이들이 공부 잘해서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한강이 보이거나 강 남쪽에 내 명의의 집이 있길 바라는 세속적인 사람. 이런 내 모습이 멋져 보이지 않아서 소박한 척, 아이들은 자연이 키우는 척 흙놀이를 시키고는, 집에 오면 바디 세정제로 박박 몸을 닦이고 연산 문제집을 풀리는 엄마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부족한 걸 기어이 찾아내 아쉬워하고, 계산하고, 우울해하고 한숨 한 번 쉬었다가도 ‘내가 왜 이래’ 하면서 감사일기를 급한 대로 썼다 안 썼다 한다. 그런 욕심이 나에게나 가족에게 결코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이제는 내가 좀 달라졌나 싶었는데, 아직 멀었다. 이 광활하고 캄캄한 밤하늘 아래 누워있으면서도 내 뇌는 여전히 ‘강남’ 좌표를 찾고 있다.


“강-남 아파트”를 외치고 머쓱해진 마음을 가다듬는다. 옆에서 곤히 자는 아이들 얼굴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다. 못 들었으니까. 언젠가 얘네가 “엄마는 그날 밤 무슨 소원 빌었어?” 물으면 뭐라고 해야 하나. “가족 건강”이라고 거짓말을 할지, 솔직하게 부동산 이야기를 할지는 그때 가서 정하기로 한다.


다음 유성우는 언제 볼 수 있으려나. 그때쯤이면 나도 좀 나아져 있을까. 일단 감사일기부터 다시 써봐야겠다. 오늘은 패스하고, 내일부터.

월, 목 연재
이전 07화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