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람

by부스러기


캠핑장에서 소홀하게 올려둔 휴대폰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유리로 된 보호필름에 쩍 하고 금이 갔다. 유난을 떨며 새것으로 교체했을 필름이지만, 여기선 당장 구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내버려 두었다. 그곳에 쏟을 에너지가 내겐 남아있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더 길어지는 액정의 실금 위에 이곳저곳 고장 나며 불편해져 가는 내 몸이 겹친다.


움직임이 확실히 덜해진 탓인지,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 탓인지 배와 허벅지의 둘레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 챙겨 온 바지들은 언제부터인가 이상하게 작아져 있었다. 분명 눈뜰 때부터 자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분주했는데, 내 칼로리는 밥을 짓고 빨래를 개는 일 따위에는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캐나다로 오기 직전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라는 경고를 받았던 탓에, 살이 더 붙는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유튜브에 급하게 홈트를 검색해 매일 10분짜리 영상을 열심히 따라 해 보지만, 의지는 이틀을 넘기지 못한다. 결국 내 유튜브 보관함에는 채 실행되지 못한 ‘저장된 운동 영상’만 쌓여간다


마치,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서랍 속에 쌓여가는 ‘저장’ 글처럼 말이다.


이딴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의미 없는 넋두리에 불과한 글들을 붙잡고 앉아 있을 때면 자괴감이 몰려온다. 그저 배출에 가까운 쓸모없는 기록들을 모아둔다고 해서 과연 어떤 가치가 생겨날까. 너무 사사로운 이야기는 아닌지, 독자들에게 불친절한 서사는 아닐지 매섭게 검열하다 보면, 결국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임시저장 글의 숫자만 늘어간다.


쓸 소재가 모두 고갈되어 버린 것 같은 막막함 속에서, 이런 넋두리마저 반복하는 내 자신이 지겹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운 일기에 가까운 글을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건, 나의 사적인 고백이 너의 언어로 바뀌어 가닿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정보인지 사담인지 모를 모호한 행간 속에서, 얼렁뚱땅 버무려 차려놓은 서툰 글자 가운데서, 단 한 톨이라도 너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겨우, 이런 마음 하나를 붙잡고 나서야 비로소 다음 문장을 조금 더 써 내려갈 힘을 채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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