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보낸다는 건 아이를 슬롯로 내보내는 일이면서,
동시에 부모가 한 발 뒤로 물러나 지켜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첫날 문 앞에서 미나는 내 손을 꼭 붙잡았습니다. 놓지 못한 건 어쩌면 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쭈그려 앉아 미나와 눈을 맞추고 말했습니다.
"괜찮아, 미나야.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다 와. 엄마는 이따 데리러 올게."
미나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작은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그 작은 손짓 하나에 나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보니, 교실 안에서 아이들은 이미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미나는 그 안에서 조용히 주변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말수는 적었지만, 눈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나는 조용한 방식으로도 그 시간을 자기 나름대로 충분히 즐기고 있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해주셨습니다.
"미나, 말은 조금 천천히 나오는데요, 자세히 보면 다 이해하고 있어요.
오히려 다른 친구들 노는 걸 아주 유심히 관찰하더라고요."
그 말에 나는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미나는 말 대신 눈으로 반응하는 아이였습니다.
소리가 나면 고개를 들었고, 이름이 불리면 조금 늦게, 그러나 분명하고 정확하게 그쪽을 바라봤습니다.
나는 그 시선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늘 보아온, 익숙하고 다정한 눈빛이었으니까요.
유치원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기를 표현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먼저 손을 들고 발표했고, 어떤 아이는 노래를 잘 불렀고, 어떤 아이는 그림을 잘 그렸습니다.
그리고 미나는, 누구보다 다른 친구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하는 아이였습니다.
친구가 넘어지면 가장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주는 것도 미나였다고,
선생님이 어느 날 살짝 귀띔해주셨습니다.
물론 발표 시간이 되면 미나는 대개 한 박자 늦게 손을 들거나, 조용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런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잠시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오래 붙잡아두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대신 미나에게 오늘 하루 중 가장 재밌었던 순간이 뭐였는지 물었습니다.
미나는 짧은 손짓과 표정으로, 오늘 친구랑 블록을 쌓았던 이야기를 신나게 전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알았습니다.
미나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속도로 이 새로운 세상과 아주 잘 만나고 있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유치원 앞에서 조금 멀찍이 서서 아이를 지켜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서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간은 대견함으로 채워졌습니다.
놀이터에서 미나가 혼자 모래놀이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그게 외로움이 아니라 미나만의 몰입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미나에게 어디까지 설명해줘야 할까, 어디까지 기다려야 할까.
그 질문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질문은 불안이 아니라,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질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미나가 집에서 '엄마'가 아닌 다른 짧은 단어 하나를 말했습니다.
또렷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았지만 분명한 시도였습니다.
나는 그 순간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습니다.
"우와, 미나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줄래?"
그날 이후로 엄마가 아닌 다른 단어들이 하나둘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유치원을 아이를 바꾸는 곳이 아니라, 아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곳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미나는 말이 늦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유치원에서 눈에 띄게 나서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자기 자리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곁에서, 조금 덜 설명하고 조금 더 믿는 법을 배웠습니다.
말이 늦은 아이는,
어쩌면 세상이 조금 빠르게 흘러간다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린 아이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