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간다는 건 미나에게 새로운 시작이었고, 나에게는 조금 더 든든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입학식 날, 아이들은 같은 가방을 메고 같은 줄에 섰습니다.
미나도 그 줄 안에서 새 가방을 메고 조금 긴장한 듯, 그러나 씩씩한 얼굴로 서 있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이나 찍었습니다.
그날 그 장면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출발선의 모양은 저마다 달라도, 이 아이는 분명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잘 걸어갈 거야.'
교실에서는 속도가 눈에 띄는 기준이 되곤 했습니다.
빨리 읽는 아이, 빨리 쓰는 아이, 빨리 대답하는 아이. 미나는 그 '빨리' 안에서는 조금 천천히 가는 편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질문이 끝난 뒤에 생각을 정리했고, 친구들의 웃음이 지나간 뒤에야 상황을 이해하곤 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학기 초 상담에서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미나가 발표는 조금 늦지만, 한번 이해하면 아주 정확하게 알아요.
그리고 친구들 관찰력이 좋아서, 누가 도움이 필요한지 제일 먼저 알아채는 아이더라고요."
그 말이 나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친구 관계는 교과서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영역이었습니다.
미나는 처음부터 여러 친구와 왁자지껄 어울리기보다, 한두 명과 깊고 편안한 관계를 만드는 편이었습니다. 짝꿍이었던 한 친구와는 매일 같은 놀이를 반복해도 지치지 않을 만큼 잘 통했고, 그 친구 이야기를 할 때면 미나의 얼굴이 유난히 밝아졌습니다.
"오늘은 어땠어?"
하교 후 내가 물으면, 미나는 짧게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친구와 있었던 일을 손짓 발짓 섞어가며 한참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짧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물론 놀이터에서 미나가 혼자 그네를 타거나 모래를 만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마음이 조금 쓰였지만, 가만히 지켜보니 미나는 그 시간 역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네를 타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모래로 작은 성을 짓는 데 완전히 몰입해 있기도 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과 외로운 시간은 다르다는 걸, 나는 미나를 보며 다시 배웠습니다.
그래도 나는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채우기로 했습니다.
학교에서의 하루를 채근하듯 캐묻기보다, 그날 있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함께 숙제를 하고, 같이 이야기를 지어내고, 하루를 다시 도란도란 정리하는 시간. 그 시간은 미나에게도, 나에게도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순간이 되어갔습니다.
미나는 그 시간 속에서 조금씩 자기 말을 늘려갔고, 나는 그 작은 변화 하나하나를 정말 크게 기뻐했습니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서툴게 따라 부르며 나를 웃게 했고, 어느 날은 짝꿍과 나눈 비밀 이야기를 살짝 귀띔해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초등학교는 미나에게 출발선이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고,
나에게는 사랑에 조금 더 다양한 방법들을 더해가야 한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사랑은 늘 충분했지만, 그 사랑을 미나에게 잘 전달하는 방법은 계속 새롭게 찾아가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금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미나는 자기만의 속도로 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에 단단히 자리를 잡아갔고,
나는 그 자리 곁에서 언제든 손을 내밀 준비가 된 사람으로 함께했습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아이의 인생은 빠르지 않아도, 충분히 단단하고 아름다울 수 있겠구나.'
초등학교는 미나에게 슬롯가 활짝 열리기 시작한 곳이었고,
나에게는 기다림이 더 이상 견뎌야 할 일이 아니라, 기꺼이 함께 걷는 동반이 된 시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