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학원에서 다시 만나다

운명은 또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

byHelia

그는 아직 몰랐다.

그녀의 이름이 윤서하라는 것도.

그리고 몇 달 뒤,

자신의 친형 한도진이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

몇 달이 흘렀다.

계절은 어느새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도훈은 여전히 같은 버스를 탔다.

여전히 서하를 바라봤고,

여전히 이름조차 묻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첫사랑이니까.

---

한편.

도진의 하루는 도훈과 전혀 달랐다.

영진예고 3학년.

실기와 입시 준비로 매일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PC방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야."

"오늘도 한 판 하고 갈래?"

친구의 말에 도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한 시간만."

"엄마한테 안 걸리게."

"콜."

한 시간쯤 게임을 하고 나온 두 사람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띵.

문이 열리려던 순간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한 여학생이 급히 뛰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도진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긴 생머리.

단정한 교복.

품에 꼭 안은 영어바카라.

어딘가 낯익은 얼굴.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도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바라봤다.

여학생은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층수를 눌렀다.

7층.

도진은 아무 말 없이 그 숫자만 바라봤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7층에 멈췄다.

"감사합니다."

여학생은 짧게 인사한 뒤 복도로 걸어갔다.

복도 끝에는 영어학원 간판이 보였다.

도진은 닫히는 문 사이로 그녀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봤다.

"야."

옆에 있던 친구가 팔꿈치로 도진을 툭 쳤다.

"왜?"

"... 예쁘지 않냐?"

친구는 피식 웃었다.

"너도?"

"나도 방금 그 생각했는데."

도진은 아무 말 없이 영어학원 간판만 바라봤다.

---

그날 밤.

도진은 평소와 달리 식탁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응?"

"나 영어학원 다니고 싶어."

숟가락을 들던 엄마의 손이 멈췄다.

"네가?"

"학원?"

"공부는 늘 혼자 했잖아."

도진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태연한 척 말했다.

"이제 대학도 가야 하고."

"영어 좀 제대로 해 보려고."

엄마는 잠시 아들을 바라보다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이 먼저 학원 보내 달라는 날도 있네."

"그래."

"다녀."

"열심히만 해."

도진은 들키지 않게 미소를 삼켰다.

다음 날.

그는 곧장 그 영어학원을 찾아갔다.

아직은 몰랐다.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사람이,

자신의 첫사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랑이,

세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Helia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87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9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