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또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
그는 아직 몰랐다.
그녀의 이름이 윤서하라는 것도.
그리고 몇 달 뒤,
자신의 친형 한도진이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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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이 흘렀다.
계절은 어느새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도훈은 여전히 같은 버스를 탔다.
여전히 서하를 바라봤고,
여전히 이름조차 묻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첫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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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진의 하루는 도훈과 전혀 달랐다.
영진예고 3학년.
실기와 입시 준비로 매일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PC방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야."
"오늘도 한 판 하고 갈래?"
친구의 말에 도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한 시간만."
"엄마한테 안 걸리게."
"콜."
한 시간쯤 게임을 하고 나온 두 사람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띵.
문이 열리려던 순간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한 여학생이 급히 뛰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도진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긴 생머리.
단정한 교복.
품에 꼭 안은 영어바카라.
어딘가 낯익은 얼굴.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도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바라봤다.
여학생은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층수를 눌렀다.
7층.
도진은 아무 말 없이 그 숫자만 바라봤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7층에 멈췄다.
"감사합니다."
여학생은 짧게 인사한 뒤 복도로 걸어갔다.
복도 끝에는 영어학원 간판이 보였다.
도진은 닫히는 문 사이로 그녀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봤다.
"야."
옆에 있던 친구가 팔꿈치로 도진을 툭 쳤다.
"왜?"
"... 예쁘지 않냐?"
친구는 피식 웃었다.
"너도?"
"나도 방금 그 생각했는데."
도진은 아무 말 없이 영어학원 간판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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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도진은 평소와 달리 식탁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응?"
"나 영어학원 다니고 싶어."
숟가락을 들던 엄마의 손이 멈췄다.
"네가?"
"학원?"
"공부는 늘 혼자 했잖아."
도진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태연한 척 말했다.
"이제 대학도 가야 하고."
"영어 좀 제대로 해 보려고."
엄마는 잠시 아들을 바라보다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이 먼저 학원 보내 달라는 날도 있네."
"그래."
"다녀."
"열심히만 해."
도진은 들키지 않게 미소를 삼켰다.
다음 날.
그는 곧장 그 영어학원을 찾아갔다.
아직은 몰랐다.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사람이,
자신의 첫사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랑이,
세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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