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같은 버스, 다른 시선

이름도 모른 채

byHelia

열일곱 살 봄.

그의 첫사랑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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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다시 천천히 출발했다.

도훈은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한성여고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정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이름도 모르고.

말 한마디 나눠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자꾸 눈길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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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등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도훈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어?"

"뭘 그렇게 멍하니 있냐?"

같은 반 친구 민수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아침부터 넋이 나갔네."

"아닌데."

"아닌 건 무슨."

민수는 도훈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야."

"표정이 딱 여자구먼?"

도훈은 순간 흠칫했다.

"... 무슨 소리야."

"아닌데?"

"아니긴."

"눈빛부터 다르다."

"첫사랑 생겼냐?"

도훈은 괜히 가방끈만 고쳐 멨다.

"없거든."

"거짓말."

민수는 웃으며 교실로 뛰어갔고,

도훈은 괜히 창밖을 바라봤다.

'티가 그렇게 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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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도훈의 아침은 조금 달라졌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고,

버스를 놓칠까 서둘러 집을 나섰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정류장.

같은 버스.

혹시 오늘은 없으면 어떡하지.

그 걱정을 하며 버스에 오르지만,

다행히 그녀는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바카라을 읽는 날도 있었고,

이어폰을 낀 채 창밖만 바라보는 날도 있었다.

도훈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칠까 봐 얼른 시선을 피하곤 했다.

그런 아침이 며칠이나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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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평소보다 버스가 훨씬 붐볐다.

출근하는 온라인 게임인들과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버스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도훈도,

서하도.

오늘은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손잡이를 붙잡고 서 있었다.

두 사람 사이는 한 사람 정도의 거리.

가까웠지만,

여전히 말은 없었다.

그때였다.

끼익—!

갑자기 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앗!"

승객들이 한꺼번에 앞으로 쏠렸다.

서하도 중심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도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을 뻗었다.

탁.

서하의 손목을 붙잡은 그의 손.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어깨를 받쳐 주었다.

순간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도훈은 숨을 삼켰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녀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 괜찮으세요?"

긴장한 탓에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서하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네."

"감사합니다."

도훈은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덕분에 안 넘어졌어요."

잠깐의 대화였다.

하지만 도훈에게는 그 어떤 긴 대화보다 오래 남을 한마디였다.

버스가 한성여고 앞에 멈췄다.

서하는 내리기 전 도훈을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도훈은 얼떨결에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조심히 들어가세요."

서하는 옅은 미소를 남긴 채 교문 안으로 걸어갔다.

도훈은 창문 너머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중얼거렸다.

"... 다행이다."

"안 다쳐서."

그는 아직 몰랐다.

그녀의 이름이 윤서하라는 것도.

그리고 몇 달 뒤,

자신의 친형 한도진이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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