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의 오금은 다르게 굳는다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by해루아 healua

여름이 되면 요가 교실은 덥다. 에어컨은 수업이 시작되면 선생님의 손에 의해 꺼지고 만다.


어느 날 한 분이 말했다.


“선생님, 더워요.”


선생님은 웃으며 대답하셨다.


“조금만 참으세요. 수업할 때 에어컨을 계속 켜놓으면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요. 조금 덥더라도 땀을 한번 내볼게요. 몸을 예열하고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해요. 대신 뒤쪽에 살짝 켜둘게요.”


핫요가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몸 안에서 열이 올라온다. 나는 땀이 많은 편이라 여름이면 손수건에 러닝용 헤어밴드까지 챙겨 온다.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나도 처음에는 에어컨을 켜고 시원하게 수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몇 번 수업을 듣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저 덥고 불편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조금만 참고 몸에 집중하다 보면 더위는 어느새 옅어지고, 수업이 끝날 무렵이면 몸이 아주 개운했다. 어떤 날은 박하사탕이 입안에서 화하게 퍼지듯, 몸 안쪽까지 시원한 감각이 번지면서 굳어 있던 근육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 개운함을 몇 번 맛보고 나서야, 나는 처음부터 에어컨을 켜지 않았던 선생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편한 쪽으로 도망치지 않아야 만나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다.




한창 수업이 진행되고, 왜가리 자세를 할 때였다. 왜가리 자세는 앉은 한쪽다리는 피거나 접고, 다른 한쪽 다리를 길게 뻗어 올리는 자세다. 길게 뻗은 다리가 왜가리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문제는 내 다리였다. 다리를 쭉 펴야 하는데 오금이 도무지 펴지지 않았다.


손으로 발바닥을 잡는 것이 힘겨워서, 매번 수건이나 밴드를 발에 걸고 안간힘을 쓰며 다리를 당겨본다. 나름 많이 늘렸다고 생각했는데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보니 내 무릎은 여전히 반쯤 굽어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내 쪽으로 다가오셨다.

“달리기를 확실히 많이 하시나 봐요. 하체 근육 때문에 오금 펴기가 조금 힘드실 수 있어요.” 뜻밖의 러닝 인증이었다.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달리기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을 선생님은 기억하고 계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 나는 왜 이렇게 다리가 안 펴질까 싶어 내 몸을 조금 원망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의 한마디를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여전히 왜가리 자세에서 다리를 끝까지 펴지 못한다. 하지만 유연하지 않다고 해서 내 몸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못하는 것을 질바카라하기보다, 그 다리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먼저 알아주는 법을, 나는 그렇게 배우고 있다.


예전에는 되지 않는 동작을 보면 '왜 안 될까' 조급해졌지만, 이제는 다르다. 다음 수업에서도 나는 또 수건을 발에 걸고, 여전히 반쯤 굽은 무릎으로 오금을 당길 것이다. 그리고 아마 픽 웃을 것이다.


"그까짓 거, 언젠간 되겠지 뭐."


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는 매주 화, 목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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