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대충, 인생은 진심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by해루아 healua

신입사원 시절, 출근길만 왕복으로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리던 때였다. 집에서 명동까지 가려면 넉넉히 한 시간 사십 분은 잡아야 했고, 신입사원에게 일찍 출근하는 건 선택이 아니었다. 게다가 유동적인 스케줄 근무까지 겹치니 하루의 리듬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요가만큼은 놓지 않았다.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는 없었다. 출근 시간을 맞추려면 늘 중간에 살금살금 일어나 나와야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고작 30분이라도 매트 위에 몸을 눕히고, 굳은 몸을 늘이고, 숨을 고르고 나면 다시 하루를 버텨낼 힘이 생겨났다.


그때의 나는 요가를 남들보다 잘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살기 위해 요가가 절실했던 것 같다.


마음이 힘들면 몸도 따라 무너졌기에,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면 마음도 조금은 나아질 거라 믿었다. 그렇게 가냘프게 시작한 요가가 어느덧 내 삶에 오래 남은 습관이 되었다.


지금은 회사의 직급도, 나를 둘러싼 환경도 모두 달라졌다. 나라는 사람도 참 많이 변했는데, 요가는 여전히 내 곁에 남아있다.


왜일까? 요가가 재미있어서? 물론 그렇다. 하지만 내가 요가를 이렇게나 오래 계속할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은 '잘해야 한다'는 욕심보다 '그냥 일단 가자'는 마음 덕분이었다.


어떤 날은 몸이 가볍고 의욕이 넘친다.


'오늘은 제대로 해봐야지.' 매트 위에 올라가면 은근히 욕심이 난다. 동작도 더 유연하게 해내고 싶고, 선생님의 설명도 하나 놓치지 않고 흡수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늘 그런 날만 있는 건 아니다. 몸이 솜이불처럼 무겁고 귀찮은 날도 있다. 괜히 "오늘 하루쯤은 빠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핑계가 솟아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요즘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대충 하자.'



처음에는 이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 우리는 늘 운동은 꾸준히 제대로 해야 한다고 배웠고, 무언가를 이루려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어왔으니까.


하지만 내가 말하는 '대충'은 얼렁뚱땅 시간을 때우자는 뜻이 아니다. 잘하려는 욕심과 긴장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되고, 오늘 몸이 따라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허락해 주는 일이다.


힘들면 동작을 조금 덜 하고, 유연하지 않으면 무리해서 찢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그저 매트 위에 내 몸을 놓아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준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마음의 문턱을 낮추고 나면 오히려 수업에 빠지지 않게 된다.


'오늘은 완벽하게 해내야 해'라고 생각하면 하루를 빼먹는 순간 모든 탑이 무너진 것 같지만, '오늘은 대충 하고 오지 뭐'라고 생각하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매트 위에 다시 올라설 수 있다.


어쩌면 '꾸준함'이란 매일 최선을 다하는 맹렬한 힘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날에도 끈을 놓지 않는 미련함인지도 모른다.


20대의 나는 뭐든 제대로 애써야만 오래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오래 하고 싶은 일일수록 오히려 적당히 힘을 빼야 한다는 진리를 안다. 잘하려는 마음과 지치는 마음 사이에서 적당히 숨골을 터주고, 언제든 다시 돌아올 자리를 남겨두는 것.


끈을 놓지 않는 미련함.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결국 오래 하는 사람이, 계속하는 사람이 되는 거니까.




요가가 좋다.

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는 매주 화, 목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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